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 현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의 수술·입원 차질이 현실화한 가운데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두고 찬반 논쟁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파업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막고자 대응에 나섰지만, 2021년과 같은 극적인 막판 타결은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12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오후 6시 이대서울병원 등 전국에서 동시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파업 초읽기에 들어간다. 이대병원에서 진행되는 전야제에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이화의료원지부 조합원 8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야제는 나 위원장의 대회사와 산별총파업 7대 요구를 담은 영상 상영, 교섭 경과과 투쟁 조직화 상황보고, 산별총파업 투쟁 일정 설명 등 순으로 진행된다.
노조는 이번 파업에 전국 127개 지부(145개 사업장) 6만5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 대상이 되는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9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26개 등이다. 일명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의 참여는 없으나, 국립대병원과 사립대 상급종합병원, 공공의료원 등이 참여를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인력은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의 65%가 간호사인 만큼 파업 참여 의료기관에서는 외래진료, 진단·검사, 입원 등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 입원 중단 등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파업이 예고된 13~14일 수술을 모두 취소했다. 수술 환자들이 입원해야 하는데, 이를 간호·간병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도 파업에 대비해 중증 환자나 산모, 유아 등을 제외하고 일반 병동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전원 조치하는 등 병동 환자 수를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파업 참여 병원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장에 수술 취소나 입원 환자를 줄일 계획은 없지만, 파업 현황을 보면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두고 찬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논평을 내 "공공의료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등을 돌리는 작금의 정부 정책 문제에 실망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당연히 정부 정책 문제점에 분연히 일어선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지지할 것"이라며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 정부는 보건의료부문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공의료 실현 및 보건의료 적정인력 확보에 나서라"고 지지를 선언했다. 반대로 14개 보건의료 관련 직역 단체들이 모인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연대 관계자는 "의료공백 발생이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노조와 정부의 극적 타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2021년에는 총파업 몇시간을 앞두고 '9·2 노정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돼 실제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총파업의 경우 노조와 정부의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정치파업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자 노조 측은 즉각 "정치파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협한 정치적 태도"라고 날을 세웠다. 노조는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인력 확충 ▲필수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을 ▲9.2 노정합의 이행 등 7개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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