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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새 1만엔권 논란의 주인공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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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도덕 경영 강조
경영능력 뛰어나지만…한반도 침탈·여성 편력 비판도

일본이 내년 7월부터 새로운 디자인의 지폐를 사용합니다. 일본이 새 도안을 담은 신권을 내는 것은 20년 만인데요.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BOJ)이 새로운 디자인의 1만엔, 5000엔, 1000엔권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새 지폐 도안이 바뀌면서 그 속에 들어가는 인물도 바뀌게 됐는데요. 가장 액수가 큰 1만엔권 주인공은 일본에서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라는 인물입니다. 일본에서는 위인으로 칭송받는 인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반도 경제 수탈에 앞장선 사람이라며 거센 비판을 받는 사람인데요.


오늘은 시부사와는 어떤 인물인지, 그의 공과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일본人사이드]새 1만엔권 논란의 주인공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생전 사진.(사진출처=시부사와 에이치 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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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농의 자식으로 태어나…서양 문물 받아들여 사업가로

시부사와는 에도시대 말기인 1840년 부농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시부사와의 부모는 누에를 치며 돈을 벌었는데 그 덕에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어릴 적 논어 등 글공부를 하고 청년이 됐을 때는 에도로 유학을 떠나 공부를 이어갑니다.


그러다 시부사와는 1866년 열린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에 수행원 자격으로 따라갔고, 그곳에서 서양 국가들의 선진적인 과학기술이나 인프라를 보게 됩니다. 금융과 경제 시스템을 배운 것도 이때라고 합니다.


그는 29살이 되던 해 일본 최초의 주식회사 '상법회소'를 차리게 되는데요. 이 주식회사 제도 역시 프랑스에서 배워온 것이었습니다. 물건 판매를 담당하는 상사, 그리고 상품을 담보로 대출을 실시하는 은행 업무를 겸한 형태였는데요. 상법회소가 급성장하자 일본 정부는 그를 등용합니다. 유럽 파견에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지금의 재무성 역할인 대장성의 관리로 들어가 일본의 화폐, 금융, 조세 제도 등의 밑바탕을 설계합니다. 그의 업무 능력을 높이 산 대장성은 고위 관료직을 제안했으나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듭니다.


이후 시부사와는 일본 최초의 은행으로 지금의 미즈호그룹의 전신인 '다이이치 국립은행'부터 기린맥주, 제국호텔, 도쿄해상화재보험 등 500개 기업 설립에 직접 관여합니다. 도쿄증권거래소도 시부사와를 거쳐 탄생했어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과 병원을 세우는 사회공헌 개념의 사업에도 거침없이 나섭니다. 그가 세운 공익기관은 600곳이 된다고 해요.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바로 그의 경영관인 '도덕경제 합일설'입니다. 어릴 적 논어를 통해 배웠던 유교 사상을 그의 사업관과 접목한 것이라고 합니다. 시부사와는 '논어와 주판'이라는 저서를 통해 "경제활동과 도덕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며 기업가는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은 이윤만 추구해서는 안 되며, 경영은 도덕적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업의 이익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해 전체를 공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기업가는 한 손에는 논어를 들고, 한 손에는 주판을 들어야 한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두고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시부사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언급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일본人사이드]새 1만엔권 논란의 주인공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시부사와 에이치 기념재단에 놓인 시부사와 석상.(사진출처=시부사와 에이치 기념재단 홈페이지)

한반도 경제침탈·여성 편력…日서도 비판

이렇듯 일본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한 시부사와가 왜 신권 논란에 부딪히게 됐을까요.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한반도 경제침탈에 관여한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시부사와는 1873년 조선에서 제일은행을 만들고 초대 총재가 된 인물입니다. 1902년 제일은행의 일본 화폐 발행이 허가됐을 당시 그는 10엔, 5엔, 1엔권 화폐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한제국이 일본 지폐 통용을 막자 등장한 것이 제일은행권인데, 일본은 이를 통해 당시 조선의 경제를 장악하려 했었죠.


그는 또 한반도에서 경인철도합자회사, 경부철도주식회사 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인선과 경부선을 설치했습니다. 이 철도가 당시 군사용으로 운영됐고 결국 조선 침탈의 도구로 사용됐죠.


그뿐만 아니라 시부사와가 신권 모델로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2019년은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집권하던 때인 만큼 사실상 아베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가 반영된 것이라는 비판이 우리나라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시부사와는 일본에서도 마냥 존경만 받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의 여성 편력 이야기는 뒤에 꼭 따라다니는데요. 첩을 여러 명 둬 숨겨진 아이가 많았고, 자택 하녀에게도 손을 대 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시부사와가 85세가 되던 해에 18세 여성이 그의 아들을 낳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는데요. 공식적인 자식 수는 13명이라고 되어 있지만, 호적에 넣지 않은 자식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합니다.


일본 언론에서도 "기생과 놀고 첩도 여러 번 바꾸면서 정작 세상을 향해서는 도덕을 목청껏 외쳤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시부사와는 과거에 1만엔권 후보로 거론이 됐다가 선정에서 밀려난 적이 있었는데, 이 문제가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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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개의 대기업, 600개의 공익단체를 설립한 시부사와 에이이치. 그는 뛰어난 경영인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본인은 한반도를 침탈하는 데 앞장서고 여성 편력을 과시하면서, 입으로는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명확한 한계가 드러납니다. 일본에서도 경영자로서의 시부사와는 인정하고 있지만, 모순으로 비칠 수 있는 그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는 분위기입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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