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사냥개들' 김건우役…복싱 매달려
빠른 컷 편집 등 배제한 김주환 감독 고집
전국 신인왕전 시퀀스, 실제 경기처럼 연출
장기 왼손 바디 블로우, 순백의 마음 가리켜
넷플릭스 '사냥개들'에서 김건우(우도환)는 복싱 선수다. 탄탄한 기본기와 빠른 몸놀림으로 전국 신인왕전에서 우승한다. 장기는 왼손 바디 블로우. 8강부터 결승까지 간장을 공략해 연속 KO승을 거둔다. 복싱을 다룬 대다수 영화·드라마는 주로 얼굴로 향하는 스트레이트나 어퍼컷을 주인공의 주 무기로 설정한다. '록키 2(1980)'에서 아폴로 크리드(칼 웨더스)를 상대하는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 정도만 예외다.
이유는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큰 움직임이 화면에서 높은 타격감으로 전달된다. 배우가 복싱을 습득하는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감독이 짧은 컷 위주로 이어 붙인다면 이마저도 건너뛸 수 있다. 우도환은 한 번도 지름길을 곁눈질하지 않았다. 주먹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을 정도로 수개월 복싱에 매달렸다.
첫째는 빠른 컷 편집 등을 배제한 김주환 감독의 고집 때문이다. '사냥개들'에는 유난히 롱테이크로 찍은 액션 장면이 많다. 김건우의 분투를 핸드헬드로 실감 나게 담아 대역 배우가 나설 일이 거의 없었다. 이런 촬영에서 액션의 합은 부차적 문제다. 마동석 같은 베테랑 액션배우도 난색을 보이는 난제가 있다. 바로 주먹을 끊어치는 액션이다. 스턴트맨을 실제로 때릴 수 없어 주먹을 타격 부위 앞에서 계속 멈춰줘야 한다. 이때 어깨에는 갑작스러운 제어로 적잖은 무리가 가해진다. 우도환은 "주먹을 뻗다가 멈춰주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어깨 통증이 심하게 찾아왔어요"라고 말했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을 상대하는 신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주먹을 연속해서 내지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매번 끝까지 뻗지 못하다 보니 어깨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었죠. 카메라 초점이 타격을 입는 사람에게 맞춰져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아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둘째는 1화에 배치된 전국 신인왕전 시퀀스다. 실제 경기처럼 연출되지 않으면 그 뒤 나오는 액션 장면에 진정성이 실릴 리 만무했다. 우도환은 외형부터 선수처럼 만들었다. 그는 "신인왕까지 차지하는 배역이잖아요. 갈라진 근육도 그렇지만 주먹을 빠르게 뻗을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했어요"라고 말했다.
"새로 식단을 짜서 충실히 지켰어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이전에도 먹지 않았어요. 문제는 체질이었죠. 조금만 안 먹어도 체중이 줄거든요. 그래서 하루 네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군고구마와 닭가슴살을 입에 욱여넣었죠."
사각링 안에서의 사실성은 상대 배역을 연기한 현역 선수들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우도환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진짜로 때려주세요"라고 간청했다.
"하나같이 복싱을 오래 하셨던 분들인데 혹여 배우에게 상처를 입힐까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발 때려달라고 읍소했죠. 조금만 약하게 때려도 가짜인 티가 나니까 실전처럼 해도 괜찮다고 했어요. 다만 주먹 강도를 조금만 낮춰 달라고 부탁했죠(웃음). 잘 조절해주신 덕분에 실감 나는 장면들이 완성된 듯해요."
복싱은 김건우의 순수를 가리키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왼손 바디 블로우를 자주 쓰는 습성부터 그렇다. 우도환은 "맞으면 숨이 턱 막히지만, 흉터가 남거나 다치지 않아요. 조금만 쉬면 회복할 수 있죠. 누군가를 해하면서까지 복싱하고 싶진 않은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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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는 '사냥개'가 되어 갈수록 복싱 범주를 조금씩 벗어난다. 강인범(태원석)에게 박치기를 그대로 되돌려주고, 왼발로 김명길(박성웅)의 오른발을 찍어누른다. 그렇다고 순백의 마음을 잃은 건 아니다. 단짝 홍우진(이상이)의 위로에 바로 미소를 되찾는다. "건우야, 복서의 심장 잊었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돼" "응, 돌아가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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