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7대 국회 '간호사법' 최초 발의
20대 국회서도 발의됐지만 임기만료 폐기
코로나 유행 이후 논의 속도…결국 통과
70여년 동안 유지된 의료법 체계에서 간호 영역을 분리한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했다. 간호법 제정이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8년 전인 제17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4월 당시 김선미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사법안’은 독립적인 간호 관련 법령을 제정하려는 첫 시도였다.
해당 법안의 제안 이유도 현재 간호법 제정 이유와 비슷하다. 간호서비스의 수요가 증대되고 있음에도 의료법이 간호사의 업무를 단순히 의사의 의료행위 보조로 규정하고 있어 다양화·전문화되는 간호사의 업무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간호사의 자격과 업무 범위 등을 규정했다는 점에서는 현재의 간호법안과 비슷하지만, 간호조무사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고 별도의 처우개선 조항이 없다는 점에는 차이가 있다. 이 법안은 17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자동 폐지됐다.
이후 간호법 제정 논의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2013년 6월 대한간호협회가 정부의 간호인력 개편안에 반대하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100만인 대국민 서명운동 전개 의지를 밝히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간협 차원에서 간호독립법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선 첫 사례였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법안 발의 등은 이뤄지지 않았고 20대 국회에서야 관련 법안이 연이어 발의됐다. 2018년 1월 당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간호사 등의 처우개선을 명문화한 ‘간호인력의 양성 및 처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2019년 4월에는 당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간호인력을 독자적으로 규정한 ‘간호법안’과 ‘간호·조산사법’을 대표발의하며 불을 지폈다. 세 법안 모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논의까지 진행됐으나,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 간호법 제정은 논의는 더욱 활발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간호·간병 분야의 중요성이 커졌고, 간호사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확진 환자를 돌보면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2021년 3월 간호법안 3건을 여야 의원이 같은 날 발의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론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건의료직역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출범한 것도 같은 해 11월이었다. 이어 2022년 5월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회 대안으로 간호법안을 의결했다. 다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로 넘어간 뒤 8개월여간 처리가 되지 않았다.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건 올해 2월9일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하면서부터다. 민주당이 다시 간호법 처리를 주도하면서 여야는 물론 보건의료계도 간호법 찬반으로 나뉘어 극심한 충돌을 빚었다. 지난 11일 보건의료단체들과 여당, 정부가 간호법 중재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원안에서 대폭 후퇴한 내용에 대한간호협회가 반발하며 중재는 무산됐다. 이후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간호법 상정을 추진하려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협의를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무산됐지만, 결국 이번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간호법안이 의결됐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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