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억만장자 전년比 164명 감소
같은 기간 美 최소 25명 감소 그쳐
갑부 순자산 총합계도 15% 줄어
제로코로나 정책 여파로 경제 타격
중국의 억만장자 수가 급감했다.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와 부동산 시장의 몰락에 자산 규모가 감소한 결과로 분석된다.
23일(현지시간) 후룬 연구소가 발표한 글로벌 억만장자 명단에 따르면 올해 1월 16일 기준 순자산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어선 자산가는 전세계에서 총 311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는 순자산이 2020억달러에 달하는 프랑스의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B) 회장이었다. 1570달러의 자산을 가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아르노 회장의 뒤를 이어 세계 억만장자 순위 2위에 올랐다.
억만장자 중 중국인 수는 969명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164명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25~69명이 줄어든 미국(691명)에 비하면 큰 폭(14%)의 감소세다. 명단에 포함된 중국 억만장자의 총 순자산도 전년 대비 15%나 줄었다. 전년 대비 전 세계 억만장자의 순자산 합계가 10% 줄었다.
중국 억만장자 수가 줄어든 것은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코로나’ 여파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도시를 봉쇄하면서 중국 경제는 연 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억만장자의 자산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개발업체의 비율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등의 규제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정부 규제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중국 2위 부동산업체인 헝다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등 부동산 재벌들이 몰락하기 시작했다. 한때 420억달러(약 51조9636억원)를 기록해 아시아 재산 순위 2위를 기록했던 쉬 회장의 재산은 헝다그룹의 위기와 함께 93%나 줄었다.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의 경우 중국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당국의 표적에 오르며 재산이 급감했다.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그룹의 홍콩 증시 상장은 증권 당국의 철회로 무산됐으며, 금융 당국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에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중국 최고의 부호였던 마윈은 올해 중국 억만장자 순위 10위 안에 간신히 진입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약 6% 절하된 것도 중국 억만장자 자산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데 한몫했다. 이번 순위는 달러 기준으로 순자산을 집계한다.
주요 외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양극화를 줄이고자 공동부유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의 많은 부자들이 싱가포르와 같은 피난처로 재산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억만장자들이 모여 사는 도시로는 베이징이 꼽혔다. 이어 뉴욕과 상하이가 2, 3위를 기록했다. IT 산업의 중심지인 선전은 5위에 올랐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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