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에피소드 3개…의견 분분
모두 주인공의 성장 서사 담고 있어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하고 싶은 일 모두 할 수 있으면 좋겠네~"
이 노래 들으면 떠오르는 만화가 있나요? 바로 도라에몽입니다. 저는 학창 시절 시험 기간에는 먹으면 무엇이든 외울 수 있는 '암기빵'을 도라에몽에게 부탁하고 싶었는데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요즘은 회식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데려다줄 수 있는 '어디로든 문'이 절실합니다.
도라에몽은 일본 만화가 후지코 F. 후지오가 1969년부터 연재한 어린이 만화입니다. 도라에몽은 22세기에서 온 고양이형 로봇으로, 공부도 못하고 힘도 약해 놀림 받는 주인공 노진구를 돕기 위해 찾아옵니다. 사람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마이크로컴퓨터가 내장돼 대화도 가능하고, 같이 다니는 진구에게 "머리가 나쁘다", "노력이 부족하다"며 거침없는 '팩트 폭력'을 날리기도 합니다.
도라에몽 작가는 1996년 간부전으로 사망했지만, 도라에몽 애니메이션과 극장판은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습니다. 작가가 연재 도중 사망하면서 결말이 나지 않은 미완의 만화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회는 이것'이라는 여러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생각해뒀던 공식 최종화가 있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최종화로 거론되는 에피소드는 3개
최종화로 거론되는 에피소드는 총 3개입니다. 첫 번째 화는 1971년 나온 '도라에몽, 미래로 돌아가다' 입니다. 작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 잡지 '쇼가쿠칸'에 도라에몽을 연재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학년별로 각기 다른 도라에몽 이야기를 내보냈습니다. 도라에몽 미래로 돌아가다는 초등학교 4학년 잡지에 실렸던 것으로, 당시 5학년과 6학년 잡지에는 연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4학년에서 5학년으로 올라가는 독자들을 위해 마련된 마지막 회입니다.
참고로 이편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포일러라고 생각되면 건너뛰셔도 괜찮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인들이 과거를 관광하러 오기 시작합니다. 진구네 집을 구경하러 온 이들은 멋대로 진구의 방에 들어가는 등 폐를 끼치기 시작합니다. 이런 '민폐 관광객'이 늘면서 시간여행을 금지하는 규제가 생겨나고, 미래에서 온 도라에몽도 규제 적용 대상이 돼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진구는 이제 혼자 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 도라에몽. 시간이 흐른 뒤, 숙제를 하던 진구는 무심코 타임머신으로 사용됐던 자신의 책상 서랍을 열다가 도라에몽을 떠올리며 그리워합니다.
사실 신설 규제로 도라에몽이 강제 송환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마지막에 서로 사실은 헤어지기 싫다며 우는 장면이 팬들의 심금을 함께 울린 명작 에피소드로 꼽힙니다. 지금은 이 이야기가 마지막 회에 가장 가깝다는 주장이 우세합니다.
두번째 후보는 '도라에몽이 없어졌다?'로 1972년 초등학교 4학년 대상 잡지에 실렸습니다. 평소와 같이 도라에몽에게 무엇을 부탁하려는 진구, 그러나 도라에몽은 돌아가야 하는 운명입니다. 상황을 모르는 진구는 내일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러 가기로 했는데, 자신은 자전거를 탈 줄 몰라 큰일이라며 도라에몽에게 해결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평소였으면 각종 도구를 꺼내(현재까지 등장한 도라에몽의 도구는 718개) 진구를 도와줬을 테지만, 이날 따라 도라에몽은 "그런 도구가 어디 있냐, 왜 의지하려고만 하느냐"며 되려 호통을 쳐버립니다.
이별을 예감한 진구는 도라에몽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매달리지만, 도라에몽은 이제 자신에게 의지하지 말고 혼자 살아가야 한다고 진구를 설득합니다. 진구는 도라에몽을 보내고 여러 번 넘어져 가며 결국 혼자 자전거 타기에 성공합니다.
마지막은 '안녕 도라에몽'인데, 1974년 초등학교 3학년 잡지에 실렸습니다. 도라에몽이 다시 미래로 돌아가는 설정은 똑같은데, 이 회차에서는 진구가 매번 자신을 괴롭히던 퉁퉁이와 싸워 이기게 됩니다. 자신이 계속 도라에몽에게 의지하면 도라에몽이 안심하고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퉁퉁이와 싸워 이기고 진구는 이제 혼자서 이길 수 있으니, 도라에몽에게 걱정하지 말고 떠나라고 이야기합니다.
세 후보군 중 어느 것이 공식 마지막 회에 가깝다고 느껴지시나요?
바로 세번째 이야기가 공식 마지막 화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4학년 잡지가 아닌 3학년 잡지에 실렸고, 앞의 두 이야기와 다르게 단행본에까지 실렸기 때문인데요. 작가도 진정한 마지막 회를 고려해 그린 회차라고 전해집니다.
공식이든 아니든, 최종화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도라에몽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성장한 진구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도라에몽은 이제 도구와 도움 없이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진구를 미래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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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입장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한번 곱씹게 됩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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