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주선아씨(36)는 몇 달 전 출근길에 버스에서 내리다 팔이 빠지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만원 버스에서 다른 승객들에게 밀려 내리다 넘어지면서 사단이 일어났습니다. 주 씨는 팔이 빠진 것도 아팠지만 최소 수십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비가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동네 구청에 구민 안전 보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치료비의 상당 부분을 보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가입한 실손의료보험 보상까지 합치니 치료비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안전사고를 당해 큰 치료비가 들어갈 때 무료로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민(구민)안전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민안전보험은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시민들을 위해 정부가 대신 가입해둔 일종의 공적보험 상품입니다.
시청이나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가입해 주민을 대신해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보험에 가입한 지방자치단체에 주소를 둔 시민은 별도 가입 없이, 누구나 자동으로 혜택을 받는 구조입니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고로는 태풍이나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상해, 화재나 폭발로 인한 상해, 대중교통 이용 중 상해, 스쿨존 내 교통사고 부상 등입니다. 자치구에 따라서는 감염병 사망, 개 물림 사고 치료비 등도 가능합니다. 성별이나 직업 구분 없이 가입이 가능하고 병력이 있어도 관계없습니다.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한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90%가 넘어 대부분의 주민이 불의의 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민안전보험의 보험금 청구는 사고발생일 또는 후유장해 진단일로부터 3년 이내면 가능합니다. 해당 지자체에 관련된 절차를 문의 후에 보험 청구서와 구비 서류 등을 준비해 보험사 등에 접수하는 구조입니다.
좋은 제도임에도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우선 이런 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이용률이 높지 않다고 합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지난 3년간 약 449억원의 보험료를 납부했지만 실제 지급된 액수는 약 289억원으로 64%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돈은 결국 보험사들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합니다. 좋은 제도임에도 실제 혜택을 받는 이들이 많지 않아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상법 제 732조에 따르면 15세 미만의 경우 상해사망 보험 계약이 금지됩니다. 보험금을 노리고 미성년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 마련된 조항입니다. 이에 따라 15세 미만 어린이, 청소년이 재해로 사망사고를 당해도 시민안전보험 보험금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달 경북 포항에서 태풍 힌남노로 인해 숨진 중학생 김 모 군이 만 15세가 되지 않아 포항시가 가입한 시민안전보험금 2000만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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