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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ARM인가[반도체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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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삼성전자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 돕는 ARM
모바일 AP뿐 아니라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

왜 ARM인가[반도체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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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유의미한 지분을 확보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삼성전자가 ARM 빅딜을 공식화하자 업계에서 쏟아진 반응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으로 삼성전자가 취약한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그만큼 시장 반대가 클 수 있어 단독 인수보단 컨소시엄 형태나 소수 지분 확보 가능성도 논의 물망에 오른다.


ARM의 지난해 매출은 27억달러(약 3조8421억원)다. 매출 규모만 보면 최대 100조원으로 거론되는 인수가에 의문을 표할 수도 있다. 하지만 ARM의 주요 수입원은 설계도를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제공하고 받는 로열티다. 2022년 회계연도 1분기(4~6월) 기준 ARM의 매출(7억1900만달러, 1조231억원)에서 로열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64%로 4억5300만달러(약 6446억원)에 달했다. 전 산업계 화두로 꼽히는 구독 기반인 셈이다. ARM은 현재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최근에는 인텔이 주도했던 서버 아키텍처까지 사업군을 넓히면서 대다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설계도를 제공, 로열티를 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두뇌라 일컫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선 영향이 독보적이다. 시중에 나온 모바일 AP의 90% 이상이 ARM 설계 기반이다. 미국 퀄컴과 애플, 대만 미디어텍, 삼성전자까지 모바일 AP를 만드는 기업이라면 대다수가 ARM 고객사다. ARM의 설계도를 기반으로 각사가 모바일 AP를 커스터마이징해 자사 제품에 탑재하거나 시중에 판매하는 식이다. 모바일 AP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엔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7.8%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만 핵심 부품인 모바일 AP 분야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에는 퀄컴이, 중저가형 스마트폰 제품에는 미디어텍이 자리를 잡으면서 점유율 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모바일 AP 제품군으로 엑시노스 시리즈를 두는데, 성능 이슈와 시장 선호 등에서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에 밀리면서 자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퀄컴 칩세트를 다수 탑재하는 상황이다.


엄재철 영진전문대 반도체전자계열 교수는 "ARM은 여러 기업에 라이선스를 판매해야 하니 범용 IP라 보면 된다"며 "삼성전자도, 애플도, 퀄컴도 다 ARM 기반인데 이걸 어떻게 자체적으로 최적화하느냐에서 (성능)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삼성전자가 ARM 설계 노하우를 얻게 된다면 이득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지분 확보로 팹리스 경쟁력을 강화하면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객사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 지분을 확보하느냐 정도에 따라 오히려 파운드리 사업에도 이익이 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포함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을 내놨는데, ARM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목표 추진에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왜 ARM인가[반도체 M&A] 사진 설명: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전경 [제공=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6.3%로 2위를 기록했다. 1위 사업자인 대만 TSMC는 53.6%로 격차가 큰 상황이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ARM을 포함해 여러 반도체 IP 기업을 통해 다수 라이선스를 확보, 팹리스 고객사에 제공하며 자사 공정에 맞는 주문을 받고 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IP 확보 면에서 TSMC에 부족한 점도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요인으로 본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다수인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삼성전자의 ARM 지분 확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남건욱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원천 기술이 없어서 국내 팹리스 다수가 ARM IP를 활용해 설계하는 상황이다"며 "만약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확보한다면 국내에도 간접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ARM 지분 확보가 여러모로 이득인 상황이지만 그만큼 단독 인수합병(M&A)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자산은 올해 2분기 기준 125조원으로 ARM 인수를 위한 절대 비용은 충분한 상황이다. 최대 인수액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 상황이지만 ARM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 만큼 인수가가 낮아질 수 있어 기존 인수가인 400억~600억달러(약 56조~84조원)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의지만 보인다면 추진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ARM 단독 인수가 진행될 경우 미국과 영국 등 각국 규제 당국의 M&A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해당 과정에서 불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앞서 2020년 ARM을 인수하려 했던 미국 엔비디아가 독과점 이슈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결국 규제 당국 심사 허들을 넘지 못한 전례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퀄컴 등 경쟁 기업 역시 단독 기업의 ARM 인수가 위험성이 크다고 반대한 바 있다. ARM 기술이 대다수 반도체 기업에 쓰이는 만큼 스위스처럼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일수록 규제 당국과 경쟁 기업의 반발이 심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다수 기업의 컨소시엄 형태나 지분 확보 방식 등의 대안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앞서 인텔(2월)과 SK하이닉스(3월), 퀄컴(5월) 등이 모두 컨소시엄 방식으로 ARM을 인수할 수 있다며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해당 컨소시엄을 꾸려 주요 사업자 위치를 점하는 방안, ARM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때 소수 지분을 획득하는 방안 등이 논의 선상에 오르고 있다.



앞서 ARM 모회사인 소프트뱅크는 올해 초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불발되자 IPO 쪽으로 선회했다. 최근 런던 증시와 뉴욕 증시에 각각 상장을 추진하다가 영국 상황이 마땅치 않자 내년 3월 미국 나스닥에 ARM을 상장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RM 기반이 영국에 있는 만큼 런던 증시에도 상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비전펀드가 ARM 지분의 각각 75%, 25%를 확보한 상황인데, 비전펀드의 잇따른 투자 실패로 자금에 어려움을 겪는 소프트뱅크가 빠르게 행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내달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ARM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와도 만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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