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도움 없이 돌봄 스트레스 감내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들
부정적 여론 속 반응하는 정치권…부모연대 "정책·법안 구체성 아쉬워"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
30일 오전 8시께 삼각지역 승강장에 설치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앞에서 장애인들은 한데 모여 구호를 외쳤다. 이 분향소는 최근 잇따라 사망한 발달장애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설치됐다. 출근하던 시민들은 잠시 분향소 쪽을 쳐다본 후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분향소에 붙은 응원 포스트잇은 18장에 불과했다.
분향소 설치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분향소는 내달 2일까지 운영되기로 했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측은 분향소 설치 및 투쟁을 오는 7월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장애인 단체들은 서울시의회와 인천시청역 앞에 분향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과거: 코로나19로 인해 부각된 발달장애인 현실
이들이 투쟁에 나서는 것은 이전부터 이어진 발달장애인의 비극적 현실 때문이다. 전국의 발달장애인 24만7000여명과 그들의 가족들은 오래 전부터 국가로부터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들의 상황은 부각됐다. 바깥과 단절되면서 도움은 받지 못하고 가족들과 발달장애인들이 돌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모두 감내했다. 2020년 이후 서울에서만 발달장애인 사망사건은 9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발달장애인의 사망 소식에 부모연대는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국가적 재난 상황인 현재 발달장애인들은 복지협곡으로 치닫고 있다"며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재난 상황에서도 배제되지 않도록 문재인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방역 제한 풀려도…여전히 어려운 현실
코로나19 방역 조치는 풀리고 있지만 발달장애인들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과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장애인단체들의 분향소 설치로 이어졌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여론은 부정적이다. 계속된 지하철 지연 시위 등 때문이다. 지난 26일 분향소 설치 과정에서도 지하철 보안요원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시민들 여론 좋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그 동안 무관심과 혐오 속에서 장애인들은 죽어 간다"고 말했다.
미래: 반응하는 정치권…발달장애인 환경 개선될까
정치권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있다.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로써 법안 공포 2년 후부터 전국 17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선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된다.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 확대·발달장애인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 확충 등 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정책 및 법안에 구체성이 아쉽다는 게 장애인단체의 지적이다. 발달장애인법의 경우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합의된 정의가 없는 상태다. 인수위가 약속한 정책 역시 구체적인 계획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연대 관계자는 "당장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24시간 돌봄체계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정책 및 법안으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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