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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혐오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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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풍토병 원숭이두창, 유럽·미국에서 확산 조짐
일부에서 '남성 간 성관계가 원인' 혐오 부추기는 보도
코로나 초기 '이태원 감염 사태' 교훈 되새겨야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혐오 주의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입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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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원숭이두창(monkeypox)과 관련해 일부 보도가 '동성 간 성관계에 의한 전염' 등 특정 대상자를 감염 경로로 부각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누구나 걸릴 수 있는데도 성소수자와의 연관성만을 강조해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프리카에서 유행해 온 바이러스성 질환 원숭이두창이 최근 북미 유럽 중동 등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두창)와 유사한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으로 지난 1958년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최초로 발견됐다. 1970년 콩고에서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래 주로 중부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아프리카 여행 이력이 없는 사람들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1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독일 등 12개국에서 감염 사례 92건과 의심 사례 28건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스라엘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도 추가 감염 사례가 발견됐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은 원숭이두창 확산을 '동성 간 성관계에 의한 전염'에 집중해 보도했다. 원숭이두창 관련 보도를 전하면서 '남성 간 성관계 주의보' '남성끼리 성관계 후 치명적인 전염병 걸렸다' 등의 표현을 제목으로 사용했다.


원숭이두창 감염자 중 동성 또는 양성애자 남성의 비율이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바이러스가 남성 간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 4건의 사례를 소개하며 "영국과 유럽에서 게이와 양성애자 남성의 감염 사례가 주목할 만한 비율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보건당국이 남성 동성애자 이용 시설에서 다수의 감염 사례가 발생해 집중적으로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을 성병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WHO는 "원숭이두창 감염자와 밀접한 신체 접촉을 한 경우 감염 위험이 높은 것으로, (감염 위험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일부는 남성, 동성애자 중에서 (원숭이두창이) 발생했기 때문에 동성애자 간 전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체 케이스가 다 그런 것도 아니고 일부 긴밀한 접촉을 하는 그룹 내에서 확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을 특정 소수자 집단과 결부시켜 혐오 공격을 한 사례는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5월 '이태원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 확진자가 성소수자가 주로 방문하는 클럽에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언론은 '게이 클럽'이라는 점을 제목으로 사용해 부각했고 성소수자들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이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를 강화할 뿐 아니라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이태원 집단 감염 사태 당시에도 성소수자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이들이 진단 검사를 기피해 감염병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걱정이 나왔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방역의 관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고, 접촉자가 비난을 두려워해 검사를 기피하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22일(현지 시간) 성소수자의 감염 사례를 강조하고 흑인 감염자의 사진만 활용하는 보도를 비판하며 "에이즈는 특정 집단에 (전염병) 낙인이 붙을 경우 개인이 정체성 노출을 꺼려 전염병 대응이 저해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켄 몬티스 퀘백에이즈기구네트워크 전무는 캐나다 공영방송에서 "바이러스는 자기 자신에 의해 전파된다. 개인의 정체성이 바이러스를 만들어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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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나 코로나19와 같이 위험성이 높지는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치명률도 낮고 천연두 백신과 치료제에 높은 예방·치료 효과가 있음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보고된 원숭이두창 감염·의심 사례는 없다. 질병관리청은 2016년 원숭이두창 진단검사법 및 시약 개발을 완료해 효과적인 대응 체계가 마련된 상황이라며 "해외 발생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추후 관리대상 해외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윤진 인턴기자 yj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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