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넘어 동아시아 시장 적극 공략
이미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에 진출
EPL 큰 인기 힘입어 '시너지' 노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인기 구단인 첼시FC 인수에 참전했다. 과거 삼성전자가 첼시 후원으로 유럽 내 인지도와 매출이 대폭 성장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EPL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현지 공략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영국 부동산 개발업자 닉 캔디, 스포츠 컨설팅업체 C&P스포츠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최근 매물로 나온 첼시FC 인수에 참전했다. 하나금융투자가 일선에 나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이다. 첼시FC의 가격은 20억파운드(약 3조2000억원)로 전해졌다.
이번 첼시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국 자본 최초로 세계 최상위권 축구리그 구단에 투자하는 사례가 된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이례적인 도전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그간 여러 스포츠산업, 특히 축구에 애정을 보였다. EPL 상위권 구단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는 손흥민 선수를 모델로 기용했고 대한축구협회(KFA)와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 공식 후원사를 꾸준히 유지했다. 2020년부터는 K리그 2부 구단 대전시티즌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조(兆) 단위 투자는 처음이다.
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함영주 부회장과 그룹 글로벌 전략을 맡고 있는 이은형 부회장(하나금융투자 대표)의 합작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첼시 인수를 통해 인지도를 향상시켜, 그룹 계열사들이 유럽, 동남아 등에 진출하는 데에도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2005년부터 첼시FC를 후원했던 삼성전자는 유럽 내 인지도를 크게 높이고 매출도 급등했다. 후원 이후 유럽 매출은 2배 이상, 영국 내 매출은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범유럽 최대 대회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한 첼시를 거머쥐며 유사한 상승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럽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공략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럽 프로축구는 최고 인기 스포츠다. 중국에서도 유럽축구 팬이 수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EPL의 인기는 특히 독보적이다. 코로나19 이전 EPL이 스카이스포츠, BT스포츠, 아마존 등과 계약한 중계권료(2019~2020시즌부터 3시즌 기준)는 50억파운드(약 7조9745억원)다. 같은 기간 2위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중계권료 34억유로(약 4조5515억원)의 1.75배에 가깝다. 영어권이라는 이점을 살리는 한편 경기시간대를 앞당겨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다. 결국 이번 인수를 통해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마케팅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지난해 6월 하나은행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손 잡고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뱅킹 서비스 ‘라인뱅크’를 출시했다. 2019년에는 베트남 최대 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에 1조148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로 올랐고 최근 70%에 이르는 투자 수익률을 거뒀다. 중국에서는 2008년 길림성에 분점을 개설하며 동북 3성(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 지역에 모두 점포를 냈다. 2010년에는 길림성 최대은행인 길림은행에도 지분투자한 뒤 현재까지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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