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발한 법세련 대표 '면박주기용' 분석
기자 통신기록 조회 등 공수처 조사 태도도 도마 위
24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달 30일 김진욱 공수처장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대표를 불러 "혐의 성립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왜 고발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을 과도하게 수사하는 반면 제보사주 의혹은 수사하지 않는다며 김 처장을 직무유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수사관이 이른바 ‘언론플레이’용으로 고발한 거 아니냐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지난 9월9일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기초조사 절차를 단순화시켜 고소인·고발인 조사를 생략하고 수사 착수와 이첩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건 역시 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고발인인 이 대표를 부른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면박주기용’으로 해석한다.
공수처는 법률상 김 처장을 수사하지도 못한다. 공수처법 제25조 1항은 공수처가 스스로 내부 구성원을 수사하는 이른바 ‘셀프 수사’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대검찰청에 통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혐의 유무에 따라 김 처장의 사건을 내부 종결하거나 검찰로 이첩해야 한다. 공수처가 이 사건을 처리할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인데도 고발인 조사를 굳이 한 것이다.
고발인의 권리를 충분히 존중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수사기관의 고발인 조사는 통상 일반 국민들이 갖는 고소·고발의 자유를 존중해 우선 사실관계를 물어보고 혐의 성립 여부를 설명해주는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공수처는 김 처장의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고발인을 몰아세우는 식으로 조사한 태도는 잘못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의 조사 태도는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손준성 검사는 지난달 고발사주 의혹으로 공수처의 조사를 받고 "모욕적·억압적인 조사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에 대해 진정을 냈다.
지난 15일에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서 압수한 물품을 디지털포렌식 하는 과정을 참관한 수행비서에게 검사가 대뜸 휴대전화의 임의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기자, 시민단체, 국회의원 등의 통신기록을 무더기로 조회해 불거진 '사찰 논란'도 여전히 뜨겁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4개 언론단체는 전날 "언론인들에 대한 공수처의 무차별적 통신 조회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언론인 사찰을 즉각 중단하라"고 성명을 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4명은 같은 날 공수처를 항의 방문했다. 장제원, 조수진 의원을 만난 김진욱 공수처장은 "통신기록 조회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증명 자료를 국회에 어떻게 낼 지 고민하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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