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권헌영의 데이터혁신] 지금은, 디지털 교육 구국 정신이 필요한 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24초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글자크기

세계 각국 공교육부터 혁신

교수가 학습조력자 변신

각종 소프트웨어 정보기술 활용


복제형 인재양성 설 자리 없어

한국도 기업에서 나섰지만 단기 과정에만 집중

공교육 제도적 틀 벗어나

미래형 인재양성 전면 재검토해야


[권헌영의 데이터혁신] 지금은, 디지털 교육 구국 정신이 필요한 때
AD



20세기가 시작 될 때 뒤처진 조선은 서당에서 양반의 자제들을 가르쳤다. 서양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신학문을 가르치는 동안에도 공교육을 개혁하지 못하고 결국 근대 국민을 양성하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일제 강점기에 황국신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근대교육으로 접하는 치욕을 겪었다. 역사에 만일은 없다지만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근대 교육을 먼저 접했을 때 조선의 정부에서 온 국민을 개화하고자 노력했다면 대한민국의 20세기는 그렇게 피눈물로 점철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21세기가 무르익고 있다. 세계가 디지털 경제로 빠져들고 있고 결국 산업사회형 인재로는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새로운 인재 육성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산업사회의 선진국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즐비한 미국에서도, 디지털 전환 잠재력 1등 국가 대한민국에서도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낡은 산업사회형 인재 양성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미래형 인재를 키워 내는 실험 아닌 실험이 현실에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미국에서 시작한 미네르바 대학은 공식 강의가 없는 대학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 상상력의 발현, 상호 교류의 4가지 덕목으로 1학년을 보내고, 2학년 때에는 글로벌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글로벌 기업 인턴으로 스스로 배운다.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자이지만 가르치지 않고 학생의 공부를 돕기만 한다. 수업은 토론과 협업이 전부다. 프랑스에는 에콜42가 있다.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래밍 대학이다. 3년 과정으로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역시 수업, 강의자, 교실이 없다. 다만 교육지원 행정직원이 있을 뿐이다. 글로벌 캠퍼스 네트워크를 통해 유럽 22개, 아시아 8개, 미주 3개, 아프리카 3개 캠퍼스가 있고 한국에도 ‘42서울’ 캠퍼스가 있다.


공교육에서 이런 혁신을 하는 나라로는 핀란드가 유명하다. 핀란드는 2006년부터 드림스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의 재정지원과 지역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 파트너십이 특징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역할에서 벗어나 학습 조력자로 변신한다는 점이 핵심이고 각종 소프트웨어나 정보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은 공통이다.


이런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사회에서는 표준화된 인력이 필요했지만 미래 사회에서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잘 푸는 사람보다 문제를 발견하거나 정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식과 해법은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기술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다. 이걸 깨닫고 나니 모든 교육 혁신의 방점은 ‘학습자 스스로’에 찍힌다. 교사나 교수가 가르치는 내용을 똑같이 따라하는 복제형 인재양성은 미래에 설 자리가 없다.


[권헌영의 데이터혁신] 지금은, 디지털 교육 구국 정신이 필요한 때


한국도 기업에서 나섰다.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가 4년제 대학 졸업자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간 총 1600시간 코딩을 가르치고 복습까지 책임지는데 교육비는 무료에다 매월 100만원씩 지원금도 준다. 수료자가 삼성전자 등 세계적 기업에 취업하는 비율이 워낙 좋아 이 교육에 진입하기 위한 사교육이 생길 정도다. 이뿐이 아니다. 배달의 민족 운영회사인 우아한 형제들의 ‘우아한테크코스’, 네이버의 ‘부스트캠프’, 카카오의 ‘카카오브레인 패스파인더’, KT의 ‘KT 에이블 스쿨’, 애플이 포스텍과 손잡은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도 젊은이들의 희망을 등에 업고 있다.


한국이 미국이나 프랑스, 핀란드와 다른 점은 단기 필요에 의한 기능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의 사례는 모두 공교육의 성과 중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단기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당장 필요로 하는 개발인력의 확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된 배경도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면 긴 호흡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교육열이 높아 대학진학률이 7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등을 다투는 나라다. 사교육비로 연간 20조원을 쓰는 나라인데 대학을 졸업하고도 디지털 기술을 더 배워야 현장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니 어찌된 일인가. 이제는 솔직하게 돌아볼 때가 됐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으로 똑같은 문제를 누가 빨리 푸는지 경쟁하고 있다면 머지않아 기계에 자리를 내 줘야 할 것이다.


곧 다른 나라에서 만든 인공지능(AI)이나 기계가 들어와서 우리 삶을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나 내가 가르치는 방법을 고집하고 공교육의 제도적 틀 안에서 도장 찍는 힘만으로 버틸 것인가. 이제 학교에 들어올 학생도 태어나지 않는 나라인데 언제까지 교육제도의 기득권에 안주하고 살아갈 것인가.



교육구국의 비상한 각오로 나라의 인재양성 기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다. 코딩교육을 강화하고 AI 연습이나 추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초중고교, 대학의 공교육은 물론, 기업교육이나 평생교육, 지역사회 인식 제고 등 디지털혁신 교육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제발 교육자나 교육 공급자의 입장에서 벗어나서 학습자와 미래의 사람에 주목해 주길 간곡히 빈다. 가르치고 싶은 걸 가르치는 나라에서 배우고 싶은 걸 맘껏 배우는 나라로 가는 길을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