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 시청률 지표 변화 촉구
어드레서블 광고 등 데이터 기반 광고
도입 시 광고 효율 극대화 주장도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방송의 타깃 시청 층은 '2049(20~49세)' 연령층인데 요즘 누가 집에서 가족끼리 둘러앉아 TV를 보나요? 저도 그렇게 안 봅니다." (대형 유선방송사업자(SO) 관계자)
과거 드라마, 예능 등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 척도였던 '시청률'의 공신력이 낮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부상으로 거실의 TV가 아닌 스마트 TV,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으로 미디어 이용방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한 집안에서도 구성원별로 제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즐기는 미디어 시청 행태가 일반화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닐슨리서치코리아는 시청률 조사에서 표본조사를 활용하고 있다. 기초조사→국내 가정 패널 선정→피플미터 기계 설치→시청 기록 수집→1분 단위 시청 데이터 산출 →TV 프로그램과 광고 모니터링 과정→데이터 병합→최종 시청률 산출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 때 구성원이 리모컨 조작 주체를 자율적으로 표기하면 이를 토대로 시청자 층을 분석한다.
유료방송업계에서는 지상파와 종합편성, 케이블 시장을 통틀어 TV 시청률 조사시장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는 닐슨리서치코리아가 시청률 집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청률이 곧 매출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현재 유료방송업계 실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한국IPTV방송협회에서는 IPTV 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1825만가구(2020년 하반기 기준)의 셋톱 전수 데이터를 이용해 독립적인 시청률 기준을 만드는 방안도 새롭게 제안하기도 했다. 박현수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IPTV 셋톱 데이터 기반의 3사 통합 시청률을 산출해냈다. 그는 "IPTV 통합 시청률과 닐슨 시청률 간 상관관계는 90% 이상으로 보정치 기준 97% 수준"이라며 "기존에 통용되던 표본조사 기반 시청률과 같은 수준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시청률 관련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불만도 일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PP협의회에 따르면 닐슨리서치코리아는 지난 5월 케이블TV 어린이 특화 채널 시청률을 0%로 산출해 중소 PP들의 반발을 샀다. 분명히 존재하는 고객 시청 기록을 왜곡했다는 비판이다. 박 교수는 "프로그램 시청률 규모가 0.5% 미만인 경우 IPTV 3사 통합 시청률의 신뢰도가 더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닐슨리서치코리아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업계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 같은 논의에 불을 붙였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닐슨이 독점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작용과 반발이 컸다"고 귀띔했다.
시청률 지표 개발 논의는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미국 시청률검증위원회는 민간기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활한 시청률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미국 닐슨 본사의 시청률 조사 결과 인증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NBC유니버셜 역시 지난 8월 뉴미디어와 스마트TV를 포함한 콘텐츠 시청률 시스템을 론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컴스코어도 지난 9월 스마트TV를 통해 추출한 3500만 가구 시청률과 700만대의 방영 프로그램 데이터를 활용한 시청률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IPTV업계 새 트렌드인 어드레서블 광고가 발전하기 위해 정교한 시청 패턴 분석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 같은 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어드레서블 광고는 시청자의 관심사와 선호 채널를 토대로 맞춤형 광고다. 2016년 SK브로드밴드가 처음 선보였다.
박 교수는 사례연구를 통해 IPTV 통합 데이터를 활용해 어드레서블 광고를 적용할 경우 500만 타깃 고객에게 도달하는데 35%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례로 '퓨리나' 반려식품을 광고의 경우 eCPM(1000회 유효 노출당 광고비용)이 100달러인 일반 TV 광고에 비해 65달러만으로 동일한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 뜨는 뉴스
다만 시청률 지표 변경 작업은 방송사업자부터 유료방송업계 등 이해관계자부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한다. 유정아 IPTV협회장은 "개별 회사가 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협회에서 주도적으로 새 지표를 만들어나갈 생각"이라며 "협회 단독이 아닌 닐슨 같은 리서치 전문회사와 협력해 완성도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업계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