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 순위 韓 26위·日 34위
韓, 각종 경제지표서 日 추월
기초과학·원천기술 경쟁력 日 우위
글로벌 R&D 투자 기업 '한국의 5배'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우리나라가 지난 30년간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일본을 추월했지만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일본을 뛰어넘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초 과학 중심의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광복절을 맞아 시행한 ‘한일 경제 경쟁력 격차 변화 비교’ 분석 결과, 일본은 소재·부품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에서 여전히 한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부터 지난 30년간 대외 경제 규모 측면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상당 부분 따라잡았지만 기초 과학 기술 경쟁력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재·부품 대일(對日) 적자 심화…日, R&D 투자 앞서
한국의 소재·부품 대일 적자 규모는 1994년 83억달러에서 지난해 154억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대일 전체 무역적자 대비 소재·부품 비중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30년간 일본과 교역량이 늘면서 대일 적자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소재·부품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일본 제품 수입이 수출 대비 현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한국 소재·부품 분야의 일본 의존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R&D 1000대 기업 순위에서도 일본은 한국의 5배에 달하는 기업을 보유했다. 2019년 기준 140개의 일본 기업이 R&D 1000 기업 순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25개 기업에 그쳤다. 기초과학 및 원천기술 경쟁력을 증명하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은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수상자도 없는 반면 일본은 지난해까지 무려 2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국가 경쟁력·신용등급·제조업은 韓이 日 추월
그나마 한국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수출·수입 규모 등 거시 경제 측면에서 일본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국가 경쟁력, 신용등급, 제조업 지표 등 일부 지표에서는 이미 한국이 일본을 역전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1995년 일본은 4위, 한국은 26위를 기록했으나 25년 후인 2020년에는 한국이 23위로 일본(34위)을 앞질렀다. IMD는 경제성과, 정부·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주요 분야를 종합 분석해 매년 국가 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의 국가 신용등급에서도 한국은 일본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S&P는 1990년 당시 일본(AAA)을 한국(A+)보다 높게 평가했으나 올해 평가에서는 한국(AA)이 일본(A+)보다 2단계 높아졌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의 효과적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관리, 수출 호조에 따른 경제 회복에 주목했으나 일본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정 전망 위험성을 지적했다.
양국 대표 산업인 제조업 경쟁력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추월한 지 오래다. 유엔산업개발기구(UMIDO)에서 발표하는 세계제조업경쟁력지수(CIP) 순위에서 한국은 1990년 17위에 그쳤으나 2018년 3위로 올라섰으며 반대로 일본은 2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에서 2018년 한국은 4만3001달러로 일본(4만2725달러)을 앞지른 이후 역전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 PPP 기준 1인당 GDP는 각국 물가와 환율 수준을 반영해 각국의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1달러로 양국에서 물건을 샀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에서 일본보다 더 많은 재화를 살 수 있기에 우리나라 국민 개인이 일본 국민보다 부유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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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경제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기초과학 기술 격차는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30년간 한국의 경제적 성취는 눈부시지만 기초과학 기술 투자 및 경쟁력에서는 여전히 일본과의 격차가 존재한다"며 "우리 정부의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R&D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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