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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주문기 앞 어르신은 쩔쩔매다…그냥 나갔다

수정 2021.06.11 16:07입력 2021.06.11 11:25

패스트푸드 키오스크 비교해보니
주문단계 복잡·글씨도 작아
노인·장애인 접근 어려움
롯데리아만 '돋보기·점원호출' 기능

무인주문기 앞 어르신은 쩔쩔매다…그냥 나갔다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있는 롯데리아 매장이 무인포스 전용점포로 운영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 70대 박모씨는 친구들과 커피 한잔 하러 햄버거 가게를 찾았다가 키오스크(무인주문기) 앞에서 진땀을 흘렸다. 매장 주문대엔 직원이 아예 없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했는데 메뉴도 어렵고 글씨도 잘 보이지도 않아 한참을 헤매다 뒷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주문을 마쳤다. ‘기다리느니 내가 해준다’는 듯이 굳은 표정의 손주뻘 청년에게 허리를 숙이며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다. 박씨는 "기계가 너무 복잡하고 글씨도 작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실상 오지 말라는 얘기"라고 했다.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맥도날드 매장에서 키오스크로 BTS 세트 주문을 시도했다. BTS 세트는 인기 메뉴라 메인 화면에서 바로 고를 수 있었지만 소스와 음료, 사이드메뉴를 선택하다 보니 젊은 사람들에게도 복잡했다. 바로 옆에서는 노인 한 분이 버튼을 잘못 눌렀는지 한참 동안 주문한 메뉴를 모두 취소시키고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결국 주문을 마치지 못한 채 돌아서 매장을 나갔다. 인근 버거킹, KFC 매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이어졌다. 키오스크 외에는 주문할 방법이 없다 보니 노인들이 학생들에게 주문을 부탁하거나 작은 글씨 때문에 화면 앞에서 돋보기를 고쳐쓰는 이들도 있었다.

롯데리아 매장에 비치된 키오스크는 하단에 글씨를 키워 볼 수 있는 돋보기와 직원호출 기능이 있었다. 한 노인이 몇 차례 키오스크 화면을 두드리다 직원호출 버튼을 눌렀다.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 주문은 마쳤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던 뒷사람들의 눈총을 살 수밖에 없었다. 기능이 있어도 이용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무인주문기 앞 어르신은 쩔쩔매다…그냥 나갔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통점포의 키오스크를 가장 어려워했다. 키오스크의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는 복잡한 단계(51.5%), 뒷사람 눈치 보임(49%) 그림·글씨 잘 안 보임(44.1%) 등 순이었다. 특히 별도로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10명의 사용 모습을 관찰한 결과에선 70세 이상 5명 전원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에 실패했다.

이렇다 보니 노인복지회관, 문화센터 등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교육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매장마다 달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민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공서에는 정보접근성이 보장된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나섰지만 민간 기업에 적용되는 가이드라인 등은 전무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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