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로 원금 손실 본 투자자들 호소
"내가 미쳤던 것 같다", "회복 못 하면 XX할 것"
가격 변동성 큰 도지코인, 전형적인 고위험 자산
이주열 한은총재 "투자 과도해지면 금융안전 리스크 커져"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다시는 코인 투자에 발 안들이겠습니다. 원금만이라도 어떻게 복구 안 될까요?"
지난 18일 한 가상화폐 투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가상화폐의 일종인 '도지코인(dogecoin)'에 약 8100만원을 쏟아부은 투자자로, 최근 잇따른 화폐가치 폭락으로 인해 약 30%(2400만원)의 원금 손해를 입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엄마랑 장모님이 이쁘게 살라고 주신 돈인데 내가 잠시 미쳤던 것 같다"며 "예비 부인이 옆에서 자고 있는데 면목이 없다. 눈물밖에 안 나온다"라고 토로했다.
2030 세대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뿐 아니라 도지코인 등 이른바 '알트코인'에도 초보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문제는 한 번에 10~20% 가까이 등락을 반복하는 가상화폐 특성상 원금 손실 피해를 보는 사례도 많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상화폐를 '고위험 자산'이라고 규정하며, 거품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큰돈을 잃은 사례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터넷 방송인 신태일 씨가 가상화폐 투자로 원금을 손실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누리꾼들의 우려를 샀다.
신 씨는 이날 "도박으로 13억 탕진하고 요새 비트코인 불장이라길래 오늘 도지(코인)에 처박았는데 나락 갔다"라며 "9시까지 (코인 가격이) 180원을 못 찍으면 그냥 XX해야겠다"라고 했다.
그가 글을 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지코인은 반등을 시작, 이날 오후 9시 기준 182원까지 올라갔다. 신 씨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180원을 근소하게 넘긴 셈이다. 그러나 이날 도지코인 가격이 회복되지 않았더라면 신 씨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
가상화폐의 일종인 도지코인은 '알트코인'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 이외 후발주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 알트코인은 반등세·폭락세가 수십%에 달할 정도로 가격 변동성이 큰 게 특징이다. 다만 그만큼 돌아오는 이익도 커 '고위험고수익' 투자자산으로 분류된다.
원금 손실 위험이 큰 자산임에도 국내에서 '도지코인 열풍'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7일 도지코인의 1일 거래 금액은 약 17조원을 돌파해 코스피 평균 거래액(14조9372억원)을 넘어섰다. 가상화폐 거래액이 국내 대표 유가증권시장 거래액을 상회할 만큼 급성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 세대가 가상화폐 투자에 '올 인'을 하는 이유는 고수익 투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표한 '밀레니엄 세대, 新(신)투자인류의 출현' 보고서에 따르면, 2030 밀레니엄 세대는 금융투자를 할 때 약 5~10% 이상의 중·고수익을 추구하며,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내 여러 가상화폐 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누리꾼들은 "코인 생각에 잠을 못 자겠다", "코인판 위험이 크다곤 해도 이렇게까지 돈을 벌 수 있는 장이 우리나라에 또 어디 있겠냐", "도지코인으로 딱 100억원만 벌고 30대에 은퇴하겠다" 등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코인 열풍'이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 투자 전문가 데이비드 킴벌리 씨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투자에서 맹목적으로 시장 흐름을 좇는 '더 큰 바보 이론'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바보 이론은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가 더 높은 가격에 자산을 살 것이라는 믿음으로 어떤 가격이든 정당화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킴벌리 씨는 "모두가 이런 행동을 하면 결국 거품은 터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일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암호자산은 가치의 적정 수준,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려워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것"이라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고, 금융안전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고 우려를 전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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