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경제·행정 기능, 주로 연방제 국가서 분리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내륙 개발 위해 건설
천도 후 60년 지났지만…기반시설·거주지 부족 등 문제
전문가 "국민이 새 수도로 이사 가도록 만드는 게 관건"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국회·정부 부처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위한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행정수도 이전'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여러 견해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당장 수도권 인구 과밀 현상은 줄일 수 있다면서도 실질적 효과에 대해서는 인프라 구축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동, 현재로써는 관망해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이미 행정수도 이전을 한 다른 나라의 경우는 정부 부처만 밀집, 지역 주민들 생활 기반 시설은 부족해 사실상 실패한 정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김 원내대표 등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행정 수도 이전'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됐던 논의다. 그러나 2004년 헌법재판소(헌재)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관습상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 사안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제 상황 등 시대가 변한만큼 헌재도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라는 의견도 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과 인터뷰에서 "여야가 합의하거나 헌재에 다시 의견을 묻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라며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은 관습 헌법에 위배된다는 초유의 논리로 막았던 게 2004년, 16년 전이다. 그러나 시대도 많이 바뀌었고 그 당시에도 여러 반론과 문제 제기가 있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 수도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라고 판단한다."라며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세종시 자체를 좀 더 발전시키는 방안이라면 논의할 생각이 있다"라고 밝혔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각기 다른 의견과는 별도로 정부 부처 등이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이에 대한 경제적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도시 과밀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를 이전한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수도 이전으로 인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행정 기능을 분리해 별도의 행정수도를 지정한 국가는 보통 연방제를 채택한 국가다. 과거 미국 뉴욕시에서 필라델피아시로, 이후 다시 워싱턴DC로 수도를 이전한 미국, 멜버른시에서 캔버라시로 수도를 옮긴 호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연방제 국가는 역사적·정치적 이유로 수도를 옮겼다. 미국의 경우 북부주와 남부주 사이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뉴욕보다 아래에 있는 포토맥 강변 인근에 워싱턴DC를 설립했다.
호주 또한 독립 당시 임시 수도는 멜버른이었지만, 당시 호주의 양대 대도시였던 시드니와 멜버른 사이 정치적 타협 끝에 중간에 위치한 캔버라 땅을 수도로 선정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개발을 위해 행정수도를 따로 건설한 예는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시가 있다.
앞서 브라질은 식민지 시절부터 동부 해안에 위치한 리우데자네이루시, 상파울루시를 중심으로 경제 활동이 밀집해 있었다. 브라질 정부는 내륙을 개발하고 심각한 수도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해안에서 965km 떨어진 땅에 계획도시 브라질리아를 건설하기로 했다.
브라질리아는 지난 1960년 처음 수도로 지정된 후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인구 300만의 큰 도시로 발전했으며 대통령관저, 국회의사당, 최고재판소 등 행정부·입법부·사법부 핵심 기관이 모여 있어 브라질의 행정 중심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브라질리아는 급격한 도시 팽창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도로, 하수처리시설, 거주지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관공서가 몰린 도시 중앙에만 일자리가 밀집해 있어, 출근 시간에만 유동인구가 몰렸다가 퇴근 이후 인근 침상도시로 빠져나가는 텅 빈 도시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영 매체 '파이낸셜 타임즈'는 과거 브라질리아를 조명한 특집에서 "도시적 낭만을 꿈꾸는 사람에게 경고를 주는 사례"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행정수도 이전이 성공하려면 기반 시설 구축이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실제로 얼마나 인구를 분산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면서도 "잘 이행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가져오리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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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행정 기능 이전으로 인해 공무원이나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새 수도로 직접 이사를 가느냐에 달려 있다"며 "특히 국내의 경우 자녀 교육이 거주의 매우 중요한 요건인데, 수도로 이전될 지역에 대대적인 교육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서울권 못지 않은 대학을 설립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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