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法 통과
빅데이터 양과 질 확보 가능
데이터 하위법 개정 등 숙제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인공지능(AI)이 더욱 똑똑해질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됐다. 가명정보 등 기존보다 더 정확하고 방대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AI의 질적 향상이 기대된다. 정밀 의료, 핀테크 등의 AI 산업에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
빅데이터의 질 향상, 인공지능의 고도화
지난 9일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가명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 중에 특정인이 거론될 수 있는 정보를 뺀 정보다. 예를 들어, 홍길동, 30세, 남성, 010-0000-0000이라고 하면 개인정보지만 홍XX, 30대, 남성, 010-XXXX-XXXX이라고 하면 가명정보다.
정보의 실체가 더욱 투명해지면서 정보들을 집약한 빅데이터의 정확성도 올라가고 이를 학습하는 AI도 똑똑해진다. AI가 똑똑해진다는 것은 개인 친화적인 AI가 구축된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특정 인물에게 최적화 된 상품이나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다. 특정 인물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의료도 가능해진다. 반대로, 각 특정 데이터들을 모아 하나의 성향을 파악하거나,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가능해진다.
산업계에서는 그간 개인정보에 대한 법적 허용 범위가 좁아, AI를 고도화 하는데 애를 먹어 왔다. 우리나라의 AI는 선도국인 미국보다 2년 정도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의 81.6% 수준이다. 빅데이터는 미국의 83.4%로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제야 4차산업혁명 본격 대응
산업계는 이제야 본격적인 4차산업혁명 대응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상의는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와 같은 것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산업 분야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일은 물론 기업들이 고객 수요와 시장 흐름을 조기에 파악·대응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의료, 금융, 통신 등이다. 제약 ·바이오 업계는 AI를 통한 신약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의료정보, 유전체, 생활 건강 데이터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더욱 똑똑해진 AI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게 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핀테크 업계도 금융혁신의 물꼬가 트였다는 판단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국회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 통과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만들었다"며 "지금과 같이 핀테크의 법제도적 근간이 확립되고 혁신과 성장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핀테크 기술 역량과 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금융산업이 결국엔 대한민국의 미래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에서는 5G B2B산업이 본격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5G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이동통신망으로 LTE보다 최고 20배 빠른 망이다. 통신업계는 게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5G 신규 서비스를 통해 일반 소비자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궁극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5G 고객은 기업들이다.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시티 등 데이터 경제의 대동맥으로 5G를 활용하게 만든다는 게 목표다.
AI강국 위해 산적한 숙제
정부는 데이터 3법의 하위법 개정과 함께 지난달 발표한 AI 국가전략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가명정보의 처리 방식,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처벌 등을 정하는데 있어, 사회적 합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를 두고 "정보 인권을 도둑맞았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개인의 신용정보·질병정보 등에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관리할 길을 열어줬다"며 "헌법소원과 국민 캠페인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보인권침해 3법의 재개정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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