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유신기 이후 '동양의 넬슨'으로 추대
일제강점기 통영 충렬사 참배를 연례행사로 열기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일본 외무성이 지난 11일 제주에서 열린 국제 해군 관함식에서 한국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상징기였던 수자기(帥子旗)'를 게양한 것에 항의했지만, 정작 여전히 많은 일본 역사교과서에 이순신 장군은 초상화까지 상세히 나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전후 이순신장군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고, 메이지유신기에는 동양 최고의 해군 전술가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강조해 일본역사교과서에까지 등장하게 됐다는 것.
NHK 등 일본 현지 언론과 외신들에 의하면, 일본 외무성은 제주 국제해군관함식에서 한국이 조선 수군의 대장기인 수자기를 게양한 것과 관련, 한국정부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한 일출봉함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 당시 싸운 이순신장군을 상징하는 깃발을 게양한 것을 항의했다는 것. 일본 외무성 측은 자국의 자위함기인 욱일기를 인정하지 않고 참가 해당국의 국기와 태극기 이외 게양을 인정할 수 없다고 통지하고서 정작 한국은 수자기를 달았다며 유감이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자기는 조선시대 육군과 수군에서 장수의 상징깃발로 쓰던 군기로 장군의 본대가 있는 부대임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1871년 신미양요 당시 미군이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를 전리품으로 가져간 뒤, 지난 2008년 반환되기도 했다. 이번 관함식에 걸린 수자기는 대한민국과 전 세계 해군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기리며 게양된 것으로 '이순신 수자기'라고도 불리고 있다. 일본 측은 이에 항의하고 있지만, 정작 이순신 장군을 세계 해군 영웅으로 홍보하고, 심지어 자국 역사교과서에 초상화까지 실은 것은 일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이후인 17세기 말, 류성룡이 쓴 징비록(懲毖錄)이 발행되면서 이순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시엔 조선의 명장 정도로 표현되던 이순신 장군은 19세기 중엽 메이지유신기를 거치며 세계 최고의 해군영웅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일본 해군 장교들과 군사 소설가들이 앞다퉈 이순신을 '동방의 넬슨'이라거나 넬슨보다 위대한 인물로 묘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08년 일본 해군 제독인 사토 테츠타로(佐藤鐵太?)가 쓴 '제국국방사론'에서 이순신은 넬슨보다 위대한 인물로 묘사된다. 사토 제독은 "넬슨은 인간적, 도덕적인 면에서 이순신에 떨어진다"며 "조선에서 태어났다는 불행 덕분에 서방에 잘 알려져있지 못하다"고 적었다.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러일전쟁의 쓰시마해전을 승리로 이끌어 메이지 일본의 영웅이 됐던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제독도 이순신 장군을 숭배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일제강점기 진해에 주둔해있던 일본 해군에서 연례행사로 통영 충렬사를 참배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본 해군에서 이순신의 전략, 전술관련 논문들도 많이 등장했었으며 많은 연구가 있었다고도 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2차대전 전후에도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은 일본 교과서에까지 소개됐다. 이순신 장군의 초상은 물론 거북선, 주요 전승기록 등이 일본 역사교과서에 수록돼있다. 이로 인해 일본 극우세력들과 아베정권이 추진 중인 역사교과서 왜곡 중 하나가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와 설명부분을 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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