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서울 여의도의 한 직장에 다니는 김모(25·여)씨는 연애 상대를 고르는 조건이 하나 더 생겼다. 얼마 전까지는 외모, 나이, 학력, 직업 등을 고려했는데 이제는 이성을 볼 때 ‘여성혐오’ 발언을 하는지 꼼꼼히 따진다고. 김씨는 “여혐 발언을 일삼는 남성을 만나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고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며 “연애 상대를 고르는 데 매우 신중해졌다”고 했다.
소개팅 주선자에게 상대방이 여혐 성향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건 기본, 남성이 보낸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샅샅이 살펴본다. 그는 “여혐인 남성과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젊은 남녀들의 연애 상대를 고르는 기준이 변하고 있다. 여혐·남성혐오(남혐)가 연애 상대를 고르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인데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남녀 성(性)대결이 젊은이들의 연애관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녀 모두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을 연애 상대로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남녀 간 고민의 결이 약간 다른 게 엿보인다. 여성은 여혐 성향인 남성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드러냈고, 남성은 남혐 성향인 여성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여성들은 은근한 질문으로 상대방을 떠보기도 한다. 대학생 진모(23·여)씨는 “소개팅에서 대화를 나눌 때 불법촬영(일명 ‘몰카’) 범죄나 혜화역 시위 등 이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본다”며 “대답이나 표정 등 반응을 통해 어느 정도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진씨는 “‘남자는 어때야 하고, 여자는 어때야 한다’는 걸 입에 달고 사는 남성도 요즘에는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소개팅 상대방이 이성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할까 소개팅을 주저하기도 한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하다못해 친한 친구나 선·후배조차 혐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소개팅을 하기 전 상대방이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인지 구분하기는 더 어렵기 때문에 소개팅 자체를 꺼리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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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는 도중 혐오 성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헤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생 정모(22·여)씨는 “아무리 잘생긴 사람이어도 여혐 발언을 하면 ‘이 사람과 결혼은 못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헤어질 것”이라며 “친구들끼리도 성차별하거나 왜곡된 성 의식을 가진 사람은 만나지 말자고 조언한다”고 했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박모(28)씨는 “이성을 향한 맹목적인 비난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 싫은 건 남자들도 똑같다”며 “혜화역 시위를 무조건 옹호하거나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페미니스트들에 동조하는 여성을 보면 대화하다 갈등이 생길까 싶어 사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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