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시멘트와 제지가 주력인 아세아그룹의 이병무 회장(사진)이 문재인정부의 국정기조와 주요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임직원들에 도전의식과 강력한 추진력을 강조하는 경영메시지임을 감안하더라도 중견그룹의 오너가 적폐청산에 대한 우려와 함께 외교ㆍ경제ㆍ사회 등의 민감한 사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그룹 사보 '아세아人' 최근호(2018 봄호)에 실린 신년사에서 "2016년이 혼돈의 해였다면 2017년은 고통스러운 한해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 후 희망의 메시지보다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고 정책전환과정이 납득할 수 없는 방법으로 직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신년사는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가 이번 사보에 실리면서 알려졌다. 사보는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돼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를 평가하며 "(정부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마찰, 일본ㆍ미국과의 외교적인 문제 불안을 가중시켜오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언급하고, ▲노조우선 정책 ▲에너지 정책 변화 ▲복지확대에 따른 재정불안 ▲세계 추세와 다른 소득세ㆍ법인세 인상 ▲정규직ㆍ비정규직 문제 ▲노동시간 단축 ▲통상임금 산정규정 문제 등을 나열하며 "너무나 많은 부담을 기업에 안겨주는 정책으로 정말 쉽지 않은 한해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가 무술년 개띠 황금의 해라고 하지만 "개는 충견도 될 수 있고 공격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 주문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통상압력 ▲국내 금리인상과 환율하락 ▲유가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계속되는 세금문제 등을 꼽고 "저성장과 저금리, 노인인구 급증으로 인해서 지금은 일본이 가장 고령화 사회지만 몇 십 년 뒤에는 우리나라가 최고령 국가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고 전해다.
이 회장은 "앞으로 지속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복지 확대만으로는 역부족이고 경제성장이 함께 돼야 가능하다"면서 "지금 일련의 정책으로 과연 분배, 복지, 성장 이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지 우리 모두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직원들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더욱 많아졌다"면서 "도전의식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계획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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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아그룹은 아시아시멘트를 모태로 출발했다. 지주회사인 아세아㈜를 비롯해 아세아시멘트, 아세아제지,우신벤처투자,유진판지공업 등 11개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며 2017년 기준 자산규모 1조8000억원, 매출 1조1978억원을 기록한 중견그룹이다.
이병무 회장은 고(故) 이동녕 창업주의 차남으로 1941년 경북 문경 출생이다. 경복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아세아시멘트 부사장, 사장을 거쳐 1997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 상경대 동창회장과 연세대 동문회장을 지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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