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SK케미칼이 세계 최대 백신업체인 사노피 파스퇴르와 1억5500만달러(1691억원) 가량의 기술 이전 및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의 백신 기술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SK케미칼은 자체 개발한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 생산 기술’을 글로벌 백신업체인 사노피 파스퇴르가 개발하는 ‘범용 독감백신’에 적용하기 위해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범용 독감백신은 바이러스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염기서열을 표적으로 해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까지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독감백신이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사노피 그룹의 백신 사업부로 11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20여 종의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 매년 전 세계 5억 명 이상의 인구에 공급하고 있다.
SK케미칼은 1억5500만달러를 각 단계별 마일스톤(성과에 따른 기술료) 형태로 받게 된다. 기술 수출 계약 체결과 동시에 1500만달러를, 기술 이전 완료 후 2000만달러를 받고 이후 추가적인 마일스톤에 따라 최대 1억2000만달러를 받는다. 더불어 상용화된 제품의 판매에 따른 순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사노피 파스퇴르에 기술 수출한 SK케미칼의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 기술은 기존 방식과 달리 동물세포를 활용해 생산 과정이 빠르고 효율이 우수하다.
SK케미칼은 이 기술을 활용해 2015년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출시했고 2016년 세계에서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SK케미칼의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는 출시 이후 3년만에 누적 판매량 1400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를 돌파했다.
사노피 파스퇴르 CEO 데이비드 로우는 “혁신적인 기술의 라이선스를 가져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범용 독감 예방 백신을 개발하려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SK케미칼 박만훈 사장은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집중했던 전략이 거둔 성과”라며 “국산 백신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와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 수출 외에도 SK케미칼은 사노피 파스퇴르와 함께 2014년부터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또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연구 개발 지원 하에 국제백신연구소와 장티푸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글로벌 기구인 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와의 신규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SK케미칼은 2008년부터 총 4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하며 백신 개발에 몰입해왔다. 경북 안동에 지은 세계 최고수준의 백신공장인 L하우스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의 기반기술 및 생산설비를 보유해 국내에서 개발 가능한 대부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SK케미칼은 향후 L하우스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프리미엄 백신들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WHO PQ(사전적격심사) 인증을 통한 국제 입찰 및 글로벌 기업으로의 기술 수출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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