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로 한국 경제에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원화 환율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미 경제여건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한국경제 측면에서 보면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한국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를 넘어섰는데, 세계에서 흑자율이 이보다 높은 나라는 독일과 대만 등을 제외하면 별로 없다. 물론 우리 경상수지 흑자가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거의 다 나가면서 경상수지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줄었다. 그러나 올해도 GDP의 6%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을 늘려 원/달러 환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에 나올 예정인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도 단기적으로는 원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를 넘거나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를 초과하면, 그 나라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지난 4월에 미국은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지만, 한국의 경상수지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미국이 설정한 경계선을 훨씬 넘기 때문에 10월에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미국 달러 가치의 하락 전망에 있다. 환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 가치는 오르게 된다. 올해 들어 미 달러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 경제의 장단기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2001년에 미국의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1.6%였으나, 2016년에는 24.7%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으로 5년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이란 그 나라의 경제력을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국이 아직도 세계 경제의 1/4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으로는 높지만, 상대적으로는 그 비중이 줄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이유이다.
경기순환 측면에서도 보아도 달러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는 2009년 9월을 저점으로 현재까지 경기 확장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경기 확장국면이 올해 9월까지 99개월 지속되고 있는 셈인데, 이보다 경기 확장이 길었던 경우는 과거에 두 번 있었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때 106개월, 1990년대는 정보통신혁명 시기에 120개월이었다.
현재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1990년대보다 훨씬 낮다. 예를 들면 정보통신혁명이 각 산업에 한창이었던 1996년에서 2001년 사이에 생산성 증가율이 연평균 2.8%였으나, 2009년 이후로는 1.2%에 그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GDP의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재정정책도 한계에 도달했다. 비정상적이었던 통화정책이 이제 정상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공급이나 수요 측면에서 경기 확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북핵 리스크가 극단적 상황까지만 가지 않는다면, 한미 경제 여건은 달러 가치 하락과 원화 가치 상승을 지지한다. 미국 자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낮추고, 기업은 원화 가치가 더 올라가도 견딜 수 있는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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