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미국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전술핵 논의가 공식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6차 핵실험 등으로 사실상 핵ㆍ미사일 개발 완성 단계에 들어감에 따라 북한에 대응한 극약처방이란 찬성론과 한반도 긴장감만 고조시킨다는 반대론이 충돌하고 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은 미국내부에서 시작됐다. 존 매케인(공화ㆍ애리조나)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방장관이 불과 며칠 전에 핵무기 재배치를 요구했다"며 "그것은 심각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관해 "정부 정책과 다르지만,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는 송영무 국방장관의 언급을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극적 경고(dramatic warning)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NBC 방송은 9일 백악관과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미양국 모두 공식적으로는 전술핵배치 논의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일부 정치권을 비롯해 전술핵 배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 한반도 전술핵배치를 찬성하는 의견은 북한이 지난 7월 두 차례의 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줬고 지난달 29일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정상 각도로 쏴 실전운용 능력을 과시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노출된 한국이 유사시 미국 확장억제력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부터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의지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 만큼, 핵에는 핵으로 '공포의 균형'을 이뤄 평화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외교적으로도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전술핵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맞대응 카드'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압박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도 전술핵 재배치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제 2의 사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있고 남북한이 서로 핵무기를 겨눈 상황에서 극히 우발적인 사고도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배치보다 괌이나 주일미군에 배치된 전략무기를 이용한 핵전술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대안론도 나온다.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다면 주일미군, 괌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폭격기와 전투기에 핵무기를 장착해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핵무기는 사용 목적에 따라 전략핵무기(strategic nuclear weapon)와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s)로 구분된다. 전략핵무기는 핵폭발 위력이 수백kt(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에 달하며 대륙간탄도급 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폭격기 등에 탑재된다. 반면, 전술핵무기는 소형 핵무기를 말하며 폭발 위력은 보통 20kt 이하다. 국지전 등에서 전술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에 야포나 단거리미사일에 장착하거나 사람이 매고 다니다가 특정지역에서 폭발시키는 핵배낭, 핵지뢰, 핵기뢰 등이 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B61, B83 등의 핵폭탄과 열핵탄두인 W76, W78, 공대지 순항미사일(AGM-86)에 탑재하는 W80(150kt) 등이 있다. B83 핵폭탄의 폭발력은 최대 1.2 Mt급이다. W80은 B-52 장거리 핵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순항미사일과 핵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미사일에 장착된다. 폭발 위력은 150kt에 달한다.
B-52,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불리는 B-1B '랜서' 에 핵무기를 장착할 경우 유사시 괌 기지에서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에서 도착할 수 있다. 고속으로 적 전투기를 따돌리고 폭탄을 투하하는 데 최적화된 폭격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괌에 배치된 폭격기에 전술핵무기를 장착해 활용할 경우 한반도 전술핵배치에 대한 부담을 덜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일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는 지금도 전술핵무기를 유지하고 있어 자국 항공기로 미국 전술핵무기를 투하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며 "핵무기를 보유하기 보다 여러가지 대안을 찾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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