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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에게 토론회는 '기울어진 운동장'?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4초

새정부 '통신비인하' 공약낸 상황
통신정책·통신비 관련 토론회 잦아
"비싸다 내려라"·"CEO 연봉 왜 24억"
反이통 패널에 둘러싸여 사면초가


"기본료폐지 등 불명확한 시그널
정부가 불필요한 논란·갈등 초래
강력추진 또는 공약수정, 확실히 하라"

"김대중 대통령 때만해도 한국의 IT가 세계 4위였다가 지금은 26위로 떨어졌다는 얘기를 해요. 그러다가 통신비가 비싸다,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높다는 얘기로 이어져요. 우리나라 ICT 지표가 떨어진 이유도 다 이통사 때문이라는 말입니까."

이통사에게 토론회는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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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인하 이슈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토론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주 열리는 통신비·통신산업 관련 토론회마다 이통사들은 곤욕을 치른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통신산업의 역할과 혁신과제' 토론회 역시 '이통사 성토장'이었다. 'ICT 르네상스' 실현을 위해 통신산업의 비전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지만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이통사를 향한 질타와 비난의 장으로 변질됐다.


박창기 블록체인 OS 회장은 거친 언어로 선봉에 섰다. "통신3사의 서비스 가격표는 거의 똑같다. 담합의 혐의가 짙다. 통신3사 간부와 통신관료들의 카르텔인 '통신마피아'가 문제"라고 몰아붙였다. 이통사 CEO의 고액연봉을 문제 삼기도 했다. 박 회장은 "황창규 KT 회장의 연봉이 24억4000만원이다. 대통령도 2억1000만원인데 이통사 CEO가 이렇게 많이 받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협 한국SW·ICT총연합회 통신정책연구회 위원장은 "이통3사는 기술력이 세계 제일이라면서 해외진출은 왜 못하나. 한국의 모든 산업 중에서 해외진출 못한 산업은 이동통신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일방적인 주장들 속에 통신사업자를 대신해 유일하게 참석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윤 실장은 "SK텔레콤이나 KT 등이 중국과 르완다 등지에 진출해 있다"고 반박하면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한국은 175개국의 ICT 발전지수에서 8년간 1위를 일곱 번, 2위를 한 번 차지했다. 통신업계의 노력이 있었기에 IT 강국도 가능했다. 업계가 협력해서 성과를 이뤘는데 이에 대한 성과나 보상도 받을 만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수의 반(反)이통 대 소수의 친(親)이통' 전선은 최근 들어 열린 모든 토론회의 공통된 모습이다.


이런 경향에 대해, 통신관련 토론회에 자주 참석했었던 모 대학의 교수는 토론회가 무의미한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헌법 아래에서 그에 맞춘 주장을 해도 반대편 패널들은 이를 인정하지를 않는다"면서 "시민단체 등의 주장을 들어봐도 결국은 '국민이 원하니까' 정도의 결론이다. 논리적으로 따져서 되는 문제가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비 인하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돼 있고 여론이 동조하다보니 업계의 입장을 심사숙고하는 패널을 찾는 것조차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결국 일방적인 비난의 목소리가 조명을 받고 업계가 이룬 성과는 홀대받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더군다나 해결되는 것도 없다. 통신비 인하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이내 실망감으로 바뀐 지 오래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런 악순환을 서둘러 끊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불명확한 시그널로 인해 과도한 갈등, 불필요한 논란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공약대로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든지, 아니면 '시장경제에서는 더 사업자를 압박하기 어렵다'고 인정하고 공약 수정을 하든지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 수치를 근거로 어젠다 세팅을 다시 하되 전기료 받아가는 검침원한테 '돈 좀 덜 가져가라'고 요구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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