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최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재가동 언급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 간 공조는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에도 균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8일(현지시간) 보이스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북한이 핵무기 위협을 가속화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 정부가)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되겠느냐”며 “국제사회를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조 장관이 최근 한 포럼에서 “북한 핵 문제에 따른 제재 국면에 변화가 있다면 무엇보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우선과제로 풀어나가겠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개성공단만큼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느냐”며 “남북관계 복원에서 (재개 문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전일 브리핑을 통해 “‘대북제재 국면이 완화되면’이라고 붙인 것으로 안다. 통일부 장관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대북 제재 국면 완화 시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의 입장은 비판적이다.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유엔 안보리 결의에도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초강경 태도를 고집하는 한 가능한 방안이 아니다”라며 "개성공단 재개를 제안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사실상 위반하는 것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과도 분명히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다니엘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부소장 역시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현금을 차단시키기 위한 경제적 압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개성공단)재개 여부는 한국 정부가 정하는 것이지만, 동맹인 미국과의 공조, 협의를 통해 결정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내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통해 창출되는 자금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아닌, 정권의 자금줄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스테판 헤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 대학 교수 또한 “국제적 제재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원 소장은 "북한의 양보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재개되는 것은 분명한 제재 위반이자 매우 부적절한 일이 되겠지만, 검증가능한 북한의 양보 이후 재가동이 이뤄지면 유용한 단계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은 29일 오전 5시57분경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동쪽 방향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했다"며 "비행거리는 약 2700여km, 최대고도는 약 550여km로 판단했으며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26일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해미사일로 탄도미사일을 쏜 지 불과 사흘만이다. 이번 발사는 사거리를 과시함으로써 괌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위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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