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망 피해 제3국에 서버 두고 수시 베팅하는 신종게임 개발까지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불벌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직들은 국내와 동남아 지역이 아닌 아프리카 등에 서버를 둬 수사망을 피하는가 하면 하루 수천번 이상 배팅할 수 있는 신종 게임을 개발해 판돈을 올리고 있다.
23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등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상 불법 도박사이트 수는 최소 3만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단속을 피해 대다수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그간 대표적으로 꼽히던 '서버 도피처'는 필리핀ㆍ베트남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프리카, 북중미, 오세아니아 등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제3국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이 동남아 지역에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하는 등 현지 경찰과의 수사공조를 대폭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해 베트남에서 판돈 100억원대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일당 7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국내 한 IT 보안업계 관계자는 "서아프리카의 작은 국가나 남태평양, 카리브해의 섬나라 등을 서버 도피처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추적이 쉽지 않고 수사에도 시일이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종 도박도 등장했다. 5분에 한 번 베팅하던 '사다리게임'을 넘어 1~5초면 리셋되는 '그래프게임'이 유행하고 있다.
모니터 화면에 올라가는 그래프를 보며 이용자가 금액의 제한 없이 돈을 넣은 뒤 배당에 따라 돈을 잃거나 따는 게임이다. 임미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전문상담사는 "경마, 경륜 등 일정 시간에만 베팅할 수 있는 게임과 달리 신종 게임들은 수시로 베팅할 수 있어 도박중독의 길로 더욱 빠져들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판돈만 받고 사라지는 속칭 '졸업' 사이트까지 속출하면서 거금을 잃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지만, 수사 당국에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도박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도박사이트에서 2000만원을 베팅했다가 절반을 잃고 남은 것이라도 돌려받으려 했는데 사이트 자체가 사라졌다"며 "신고를 하고 싶어도 불법 도박행위로 처벌받게 될까 두려워 그만뒀다"고 말했다.
도박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청은 오는 10월까지 불법 사이버도박 집중단속을 펼치기로 했다.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겨냥한 집중단속은 2015년 10월 이후 2년여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운영방식이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면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더라도 인터폴 수사공조를 통해 끝까지 추적, 검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통한 국내 도박중독 상담건수는 2015년 2만2212건에서 지난해 3만8515건으로 70% 이상 증가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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