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공시 20건 작년 수준 넘어… 상장사 몸살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상장사들이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늘고 있는 횡령ㆍ배임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거나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2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한 상장사는 8월 현재까지 공시 확인일자 기준 15개사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한 상장사는 10개사에 그쳤지만 2016년 17개사로 늘었고 올해는 이미 지난해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검찰이 한국항공우주(KAI) 전·현직 임직원을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한 상장사는 동아에스티, 동아쏘시오홀딩스, C&S자산관리, 동성화인텍, 오리온홀딩스, MP그룹, 아이지스시스템, 엘엠에스, 에스아이티글로벌, 케이에스피, 위노바, 신라젠, 삼성전자,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등으로 확인됐다. 존속 불확실성으로 존폐위기에 놓인 C&S자산관리부터 삼성전자, 포스코 등 시가총액 상위기업까지 횡령·배임 사건에 이름을 올렸다.
상장사의 횡령·배임 사건 수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2015년 11건이었던 사건 수는 2016년 19건으로 늘었고, 올 들어 20건을 기록하고 있다. 약 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 중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전체의 절반 이상(8개사)을 차지했다.
횡령·배임혐의 발생금액은 매년 천문학적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누적 발생금액은 5975억원, 2016년에는 649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3799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잘 알려져 있고 현재도 진행 중인 대형 횡령·배임 사건을 제외하면 올해 발생한 금액이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발생한 횡령·배임 사건에서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전 실장이 포함된 삼성전자 사건(154억원)을 비롯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건(264억원),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등이 연루된 사건(1592억원, 1·2심 무죄)을 제외하면 누적 발생규모는 1789억원 규모다. 지난해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사건과 검찰이 오너 일가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한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쇼핑 사건을 제외한 금액이 20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8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2015년에도 정몽선 회장이 현대시멘트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횡령·배임 사건(5478억원)을 제외하면 누적 금액은 497억원 정도였다.
공시의무와 외부감사 강화가 횡령·배임 사건이 꾸준히 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현행 공시규정은 상장사 임원이 연루된 횡령·배임 사건의 경우 금액에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이 연루된 사건은 횡령 배임 혐의 금액이 자기자본의 5%이상이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말 개정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규정'은 상장사 임원의 횡령·배임 금액이 자기자본의 0.5% 이상(직원은 5%)이면 해당 상장사를 감사인 지정 대상으로 삼는다. 기업 규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자산총액 2000억원 이상인 경우 자기자본의 0.25% 이상 횡령 또는 배임사건이 발생하면 감사인 지정 대상이 된다. 감사인 지정은 횡령, 분식회계 등으로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의심되면 금융당국이 직접 외부 감사인을 정해주는 제도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공시의무와 외부감사 제도가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전반적으로 공시가 늘어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횡령·배임 사건의 규모에 따라 지정감사는 물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만큼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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