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챙기기 6년연속 결행, 22일에는 서울본사 상경투쟁
사측 "영업이익률 계속 떨어져", 위기극복 위한 직원 단결 요구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임금 협상 결렬을 이유로 현대자동차 노조가 또 다시 파업에 돌입하면서 현대차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니 위기극복에 동참해 달라는 사측의 호소에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파업으로 맞섰다. '귀족 노조'라는 비판을 받아온 노조가 파업을 볼모로 밥그릇을 챙기려는 태도에 "황금알을 꺼내려고 거위 배를 가르려고 하느냐"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 결렬을 명분으로 17일 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이어 18일과 21일에도 각각 4시간 파업을 하는 등 사흘간 강경 투쟁을 이어간다. 이후 22일에는 노조간부들이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로 올라와 집회를 열 계획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전날 열린 임단협에서 올해 교섭에서 첫 번째 임금안을 제시했다. 호봉승급분(4만2879원) 지급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과 함께 성과급도 예년 대비 대폭 축소된 안(200%, 100만원 즉시지급)을 제시했다.
교섭에는 이례적으로 최병철 재경본부장까지 참여해 회사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경쟁사들이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직원들의 단결이 필요하다"며 위기극복을 위한 전사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노조에 호소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합원이 납득할 수 없다"며 제시안을 수용하지 않고 또 다시 파업으로 대응했다. 노조는 앞서 10, 14일 4시간의 파업을 하며 6년 연속 파업을 이어갔다. 두 차례의 부분파업과 지난 12일 휴일 특근 미이행으로 사측은 차량 65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1300여억원의 생산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연봉 1억원씩 받는 귀족 노조가 자기 이익만 주장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생산공장이 현재 해외와 국내 5대5인 상황에서 (계속 이렇게 가면) 7대3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방안 세미나'에서도 과도한 인건비가 한국 자동차 산업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과중한 인건비 부담과 경직된 생산 대응체제가 자동차 산업 위기를 부르고 있다"며 "미국 기업의 경우 '회사가 부도나면 노조도 부도난다'라는 인식까지 노사가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우광호 박사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인 중 하나다. 노조는 무리한 요구보다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고, 사측은 노조가 납득할 수 있는 성실한 협의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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