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부진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올해 3월과 6월에 이어 오는 12월 한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계획이었지만, 물가가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 각각 세 차례 금리를 올리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정책위원들은 최근 부진한 인플레이션을 놓고 오랜 시간 논의했다.
의사록은 "정책위원들 중 다수는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2%를 밑돌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며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만큼 오를 수 있다는 지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금리인상을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Fed의 물가관리 목표인 2%를 5년 넘게 밑돌고 있다. 올해 들어 2% 근방인 1.8%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달에는 다시 1.5%로 하락했다.
그러나 여전히 금리인상은 예상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부진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인상을 연기할 경우,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용시장 개선과 높은 주가 등을 고려하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빠르게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되돌리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당초 Fed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보였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왔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휴대폰 요금과 약값 인하와 같은 일부 특수 요인들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달 FOMC에서 위원들은 의견을 모으지는 못했고, 인플레이션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는 데에만 합의했다.
최근 Fed 위원들은 공개적으로 기준금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텍사스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물가가 목표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보고 싶다"며 금리인상에 유보적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윌리엄 더들리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중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는 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시장 역시 절반으로 나뉘어 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올해 12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43%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Fed는 4조20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및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자산 축소 프로그램은 조만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7월에 계획을 발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 위원들이 차기 회의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ed는 9월 19~20일 열리는 차기 FOMC 회의에서 자산 축소 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Fed가 금리를 동결할 때에도 전문가들은 자산축소 계획은 다음달부터 개시될 것으로 전망해 왔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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