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대비 비중 LG화학 3.4%·롯데케미칼 0.57%
고부가·범용 등 화학제품군 주력사업 차이 때문이지만
롯데 '고부가 화학' 책임지는 롯데정밀화학도
R&D 투자비중 계속 하락하고 있어…올 상반기 0.8%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화학업계 1위 자리를 다투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연구개발(R&D) 투자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는 반면 롯데케미칼은 매출액 대비 투자비중이 사실상 '제로'로 업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구조의 특성에 따른 것이지만 미래투자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상반기 국내 석유화학기업 중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LG화학의 상반기 R&D 투자규모는 4375억3600만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3260억5200만원) 보다 34% 증가했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23%에서 3.4%로 늘었다. 올 상반기 LG화학의 매출은 12조원,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을 웃돈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과 비슷한 실적을 유지하면서도 R&D 비용은 크게 못 미쳤다. 롯데케미칼은 올 상반기 매출 7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연구개발비는 445억4200만원으로 LG화학의 10% 규모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80억9700만원)보다 늘긴 했지만 매출액 대비로는 1%에도 못 미친다. 롯데케미칼의 R&D 투자비중은 0.57%로 업계에서 가장 낮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업계 1·2위를 다투는 맞수다. 2015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 1위는 LG화학의 차지였지만 지난해부터 판도가 달라졌다. 석유화학 호황에 롯데케미칼 영업이익이 크게 오르며 LG화학은 그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줄곧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LG화학은 업계 2위인 지난해에도 업계 홀로 3%대의 R&D 투자비중을 유지했다. 롯데케미칼은 0.48%에 머물렀다.
양사의 투자 행보가 엇갈리는 것은 사업구조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화학제품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전지ㆍ바이오 등으로 사업군이 다양하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화학) 비중이 높고 범용제품 비중이 크다. 범용제품 생산은 큰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고부가 제품 대비 연구개발 필요성이 낮다. 롯데케미칼의 범용제품 비중은 70%에 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중국의 범용제품 생산 확대 등의 위기 속에서 미래 연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고부가가치제품 연구에 대한 투자가 많이 강조돼왔지만 이제는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며 "고부가 연구기술을 쌓아놓지 않으면 규모로 밀어부치는 중국에 잠식돼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케미칼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고부가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2015년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 일부를 인수하면서다. 하지만 롯데정밀화학 역시 R&D 투자비중이 2015년 2.2%에서 롯데그룹 인수 후 지난해 1.1%까지 하락했다. 올 상반기는 50억4523만원으로 매출액의 0.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화학사업을 총괄하는 허수영 사장은 롯데케미칼 수장으로 있던 2015년 당시 M&A와 R&D를 병행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고 밝히기도 했다"며 "M&A는 성공적일지 몰라도 R&D 투자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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