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이슬람 국가 '여성 할례' 만연, 유명무실한 '생리 휴가'
네팔 의회가 생리 중인 여성을 격리하는 '차우파디'를 불법으로 규정한 가운데 아직까지도 자행되고 있는 여성의 생리와 관련된 악습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네팔 의회는 생리 중인 여성과 출산한 산모를 격리하는 풍습인 '차우파디'에 대한 처벌을 담은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를 어길 경우 징역 3개월 또는 3000루피(약 3만3000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GDP가 799달러(약 91만2000원)에 불과한 네팔에서 3000루피는 매우 큰 금액이다.
고대부터 이어진 힌두 관습 중 하나인 차우파디는 생리혈이나 출산혈이 재앙과 불운을 몰고 온다는 미신에서 기인했다. 차우파디는 갓 출산한 여성과 생리 중인 여성을 철저히 격리시킨다. 집에도 들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원 출입과 사교 모임 참석이 금지된다. 소를 포함한 각종 종교적 상징물, 남성과의 접촉도 금지된다. 음식 섭취도 제한되며 목이 말라도 우물 근처에 갈 수 없다.
네팔에서는 차우파디로 인한 사고가 빈번했다. 지난달 7일에는 외양간에서 잠을 자던 18세 소녀가 뱀에게 물려 죽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헛간에 격리된 15세 소녀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피우고 잠들어 질식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관련 문제가 계속되자 2005년 네팔 대법원은 차우파디를 금지하는 지침을 발표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여성 생식기 꿰매는 '할례', 고통 받는 소녀들 = 생리 중인 여성을 '재수 없고 불결하다'는 이유로 밥을 굶기고 격리시키는 풍습은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화권에서 발견됐다. 자궁은 여성의 이미지를 왜곡시키는 중요한 상징으로 사용됐는데 대표적으로 정신 질환의 하나인 '히스테리'를 들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알려져 온 히스테리는 본래 자궁의 기능이 잘못돼 생기는 병으로 간주됐다. 또한 중세 시대에는 여성의 음핵을 '마녀의 표식'으로 몰아 마녀 사냥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생식기에서 나오는 피는 그야말로 '불결의 끝'이라 할 수 있었다.
여성 할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성 할례란 음핵이나 대음순, 소음순 등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잘라 내거나 소변이 나오는 곳을 제외한 음부 전체를 봉합하는 행위를 말한다. 할례는 감염, 출혈, 패혈증, 우울증, 정신이상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음부를 봉합하는 할례에 경우 배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생리가 배출되지 않는 등 건강상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할례는 주로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기니, 케냐, 예멘 등 아프리카 국가와 이슬람 국가,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행해지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 연방 의회는 2013년 '여성 할례 이동 금지법'을 제정하고 24개 주에 대해 할례를 금지했지만, 26개 주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있어도 못 쓰는 '생리휴가', 무엇이 여성들을 막는가 = 국내의 경우도 사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복지를 위해 법으로 월 1회 '생리휴가'를 두고 있지만 많은 여성들이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유한 킴벌리 화이트가 20~30대 직장인 여성 1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무려 8명이 생리휴가를 전혀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92%가 생리휴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 중 76%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음을 안다고 답했지만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낮았다. 생리휴가를 사용해봤다는 여성들 대부분이 '1년에 한두 번'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생리휴가 사용을 주저하는 이유로는 '상사에게 눈치가 보여서(42%)', '주위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서(36%)', '남자 동료에게 눈치 보여서(8%)' 순으로 조사됐다. 아직까지도 여성들의 생리휴가 사용을 제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남아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 청소용역업체는 생리휴가를 신청한 여성에게 '폐경이 아니라는 진단서를 가져오라'며 휴가 사용을 막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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