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혈은 부정해’ 네팔 여성, 생리기간 가족과 격리
격리된 공간 비위생적, 야생동물 공격 위험 높아
2005년 법적으로 금지했지만 여전히 일부지역에서 횡행
네팔에서 여성을 생리 기간 가족과 격리하는 '차우파디' 관습 때문에 외양간에서 잠을 자던 18세 여성이 독사에 물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네팔 일간 카트만두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네팔 서부 다일레크 지역에서 생리 기간을 맞아 외양간에서 자던 툴라시 샤히가 뱀에 물려 숨졌다.
‘차우파디’란 나이에 상관없이 생리중인 여성이나 갓 아기를 낳은 산모를 부정한 존재로 보고 가족으로부터 격리하는 공간을 말한다.
여성들은 생리가 시작되면 집에서 쫓겨나 보통 4~7일정도 외양간이나 헛간 같은 좁고 더러운 공간에 갇혀있어야 하는데 이는 월경혈이나 출산혈이 재앙과 불운을 몰고 온다는 힌두교 신념에 기인한다.
이 기간 중에는 평소 같은 식사도 할 수 없다. 우유나 버터, 고기, 과일 등을 섭취해서는 안 되며 대신 마른 빵이나 소금을 주로 먹는다. 덮고 자는 이불 역시 따뜻한 담요는 금지되고 주로 삼베로 된 작은 덮개만으로 일주일가량을 버텨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엔 작은 오두막에서 지내던 15세 소녀가 추위를 달래기 위해 불을 지폈다가 질식사한 사건도 있었다.
음식을 통제하는 것 외에도 학교를 가거나 우물에 가는 등 타인에 접촉하는 일 모두 금지돼있다.
네팔 대법원은 2005년 ‘차우파디’를 중단하라고 결정했지만 주민들의 생활 태도를 완전히 바꾸진 못했다.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15∼49세 네팔 여성 19%가 차우파디를 겪었으며, 중부와 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네팔 의회는 ‘차우파디’를 불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다일레크 지역 여성문제 담당 공무원은 “(차우파디 때문에)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생리에) 죄책감을 느낀다”면서 “이들은 종교와 부모에 의해 이 풍습을 따르도록 강제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편, 차우파디가 횡행하는 서부 아참지역에서는 지난달 28일 치러진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 다수가 차우파디와 같은 성차별 관습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여성들을 교육시켜 자립할 수 있게 해야한다며 고교까지 여성교육 의무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하나은 기자 onesil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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