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강남권 대표 재건축단지 가운데 한곳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서 이달 초보다 수천만원 가량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왔다. 정부의 8ㆍ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했던 과열양상이 잦아드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형이 14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8ㆍ2대책 발표 전인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같은 평형이 15억6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불과 일주일 만에 8000만원 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이 아파트는 당초 목표로 했던 일정보다 재건축일정이 늦춰졌음에도 개발호재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6월 이후에도 꾸준히 가격이 오르던 단지였다.
서초구 최대 재건축단지인 반포주공1단지에서도 전용 84㎡형이 25억~26억원대에 급매로 나오고 있다. 최근 최고 거래가가 28억원에 달했는데 대책 발표 후 며칠 만에 최대 3억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집주인이 세금문제로 일찍 처분코자 하면서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이날 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키로 했다. 8ㆍ2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이날 사업시행인가 신청 후부터는 매매거래를 하더라도 조합원 지위를 넘길 수 없게 된다. 향후 거래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업일정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을 모은다.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가량 지난 가운데 대책의 타깃이 된 강남권을 중심으로는 관망세가 한층 짙어진 분위기다. 잠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 대책 내용이 워낙 방대해 매도인이나 매수인 측 모두 살펴보려는 분위기인듯하다"고 말했다.
단지별로 재건축사업이 한창인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의 경우 통상 휴가철에 시간을 내 거래하는 일이 많은데 올해는 개점휴업상태"라며 "이따금 가격을 낮춘 급매물건을 찾는 문의나 집주인이 세금문제를 물어볼 뿐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의도했지만 정책의 약발이 드러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주택자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고 실수요자는 대출규제가 강화돼 집을 사기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나 여당에서는 당장 다음 달 서민주거로드맵 등 추가대책을 천명한 만큼 정책이 총망라된 후 가시적인 움직임이 드러날 것으로 현장에서는 내다봤다.
새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 이후 두 달도 채 안 되는 시점에 추가대책을 쏟아내면서 일선 현장에서는 긴장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얼어붙은 시장 이면엔 혼란스러움도 감지된다. 기존 여건에 맞춰 내집마련을 준비했다 계획이 틀어진 이들의 반발이나 '막차'를 탄 투기세력의 불만, 반대로 고강도 규제에 대한 지지세력의 호응이 뒤섞인 형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6·19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과열이 지속되면서 추가대책을 부른 측면이 크다"면서 "향후 입주물량, 금리인상 등 다른 변수와 함께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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