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미분양 우려’ 가중…대전·포항·원주 등 일부 지역 풍선효과 기대감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시장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시도별 미분양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대전, 포항, 원주 등 일부 지역에선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미분양 양극화 해소 어려워=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미분양 주택은 5만6413가구로 2015년 6만1512가구보다 5099가구 줄었다. 다만 지역별 편차는 큰 상황이다. 특정 지역은 미분양 주택이 거의 없고 다른 지역은 늘어나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서울과 세종시는 인근 지역과 미분양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곳이다. 세종시는 지난해 전국 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미분양 0가구를 기록했다. 세종시는 2015년 16가구, 2014년 433가구 등 미분양 주택이 가장 적었다.
반면 세종시 인근인 충남은 지난해 9323가구, 2015년 9065가구, 2014년 2838가구 등 세종시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충남의 지난해 미분양 주택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경기도와 서울도 유사한 관계다. 서울은 지난해 274가구, 2015년 494가구, 2014년 1356가구의 미분양을 기록했다. 반면 경기도는 지난해 1만3362가구, 2015년 2만5937가구, 2014년 1만4723가구의 미분양 주택이 나왔다.
미분양은 건설사와 협력사를 위기로 몰아넣고, 지역 경기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중장기적인 포석이다.
하지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미분양 주택이 다시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서울은 큰 변화가 없지만 지방의 미분양은 더욱 늘어나 양극화 현상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전·포항·원주, '풍선효과' 누릴까=8·2 부동산 대책이 지역별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또 다른 관심사다. 전체적으로는 미분양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특정 지역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분양 문제로 고민하던 일부 지역은 풍선효과에 따른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대전도 그런 지역 중 하나다. 대전은 지난 5월 현재 미분양 주택이 888가구에 이른다. 대전은 세종시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와 가까운 지리적인 이점과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가격 등을 토대로 주택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항은 5월 현재 미분양 주택이 1380가구에 이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포항은 서울과 세종에 쏠렸던 투자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분양 관리 지역인 원주는 5월 현재 미분양이 945가구에 이른다. 강원도 시군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원주 지역 부동산에는 8·2 대책 발표 이후 투자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 본부장은 "원주 등 강원도 일부 지역의 경우 교통 호재 등이 있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포항은 뚜렷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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