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정책심의위 등 회의 일정·명단 공개 안 해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 의사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깜깜이’ 운영 논란이 일고 있다. 회의 진행 일정은 물론 전체 위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는 주택법에 따라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주거정책심의위 회의를 거쳐 지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 주거정책심의위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 제1차관·교육부 차관·행정안전부 차관·농림축산식품부 차관·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보건복지부 차관·환경부 차관·고용노동부 차관·국무조정실 국무2차장·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13명의 당연직 위원 외에 주거복지 등 주거정책 대상 계층을 대표하는 사람과 주거정책에 대한 학식 및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최대 12명까지 국토부 장관이 민간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 민간 위원의 임기는 2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현재 민간 위원 명단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의사 결정은 총원의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 위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당연직 위원만으로도 투기과열지구 선정이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주거정책심의위 총원이 22명 정도인데, 민간 위원을 공개할 경우 이번처럼 중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항의를 받을 수 있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 자체 주거정책심의위 명단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국토부 장관뿐 아니라 시장·도지사도 지정 및 해제가 가능한데 이 경우 자체 주거정책심의위를 거치게 된다. 시장을 위원장으로 주택건축국장·복지본부장·도시계획국장·도시재생본부장 등 5명이 당연직 위원이다. 위촉직 위원으로는 서울시의회 의장이 추천하는 시의원 3명과 민간 전문가 등이 포함된다. 현재 부동산 관련 대학 교수 및 변호사와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 한국도시연구소장,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주거복지본부장 등이 위촉돼 참여하고 있다.
투기지역 선정 과정도 투기과열지구와 비슷하다. 투기지역을 지정할 때는 소득세법에 따라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기획재정부 1차관이 위원장이고 부위원장은 국토부 1차관이 맡는다. 나머지 위원은 관계 부처 고위공무원과 경제·부동산에 학식 및 경험이 풍부한 자 가운데 기재부 장관이 위촉한다. 총원은 12명 이내다. 주거정책심의위와 마찬가지로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 역시 위촉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의 경우 위촉직에 고위공무원이 포함돼 있으나 이마저도 명단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가 공개 대상도 아니고 명단은 개인에 대한 정보”라며 “공개되면 네티즌들이 뭐라고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특히 이번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는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열려 투기지역 지정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가 열렸다는 사실도 8·2 대책 발표 과정에서 공개됐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는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가 열리기 일주일 전에 미리 투기지역 후보지를 공개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인 만큼 책임감이 뒤따르는 게 당연한데 그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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