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해 7월 서울 주민 A씨는 거실에서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그런데 A씨는 집 주소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신고 후 응급처치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119 상담원에게 "빨리 구급차나 보낼 것이지 무슨 말이 많아"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A씨는 심폐소생술 등 아무런 응급 처치도 하지 않고 계속 가족들과 통화를 하면서 구급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로 인해 119구급차는 현장까지 거리는 4km에 불과했지만 12분이나 지난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구급대원들이 급히 심폐소생술을 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A씨의 아버지는 사망했다.
A씨처럼 응급상황에서 119구급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소방청이 올바른 119구급서비스 이용 상식을 적극 홍보하려고 나섰다.
8일 소방청에 따르면 119구급서비스는 지난해 기준 응급환자 이송 179만명, 구급상황관리센터 응급의료지도ㆍ상담 141만명 등 연간 320여만명이 이용하는 등 가장 신뢰받는 공공서비스다. 1일 평균 4912명의 응급환자가 이송된다. 연간 심정지 환자 5만4184명이 발생하며, 현장에서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34%(1만8569명) 정도 된다. 하지만 정작 119서비스 이용 상식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A씨의 경우처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119 구급신고시 요령은 다음과 같다. 먼저 119에 전화를 건 후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린 후 가능하면 주소 등 환자의 위치를 정확히 진술하는 게 좋다. 만약 주소를 모를 경우 ▲주변 큰 건물의 상호ㆍ전화번호 ▲엘리베이터 고유번호 ▲고속도로 이정 좌표 ▲국가 지정 번호(산악 위치) ▲새주소ㆍ도로명 ▲전봇대 번호 등의 찾아 알려주면 된다. 119구급센터가 추적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의 GPS 기능은 꼭 켜두는 게 좋다.
다음으로 누가 어떤 이유로 어디가 아픈지, 의식과 호흡이 있는지 알려준다. 예컨대 "아빠가 가슴이 아프다고 하시면서 쓰러졌는데, 숨을 쉬지 않으세요"라는 식이다. 환자의 나이, 평소 앓고 있는 지병, 먹고 있는 약을 알고 있다면 함께 얘기하는 것도 좋다.
신고 장소가 정확하지 않거나 의료지도를 위해 119센터 측에서 연락할 필요가 있으므로 신고자의 이름과 예비 연락처도 알려주어야 한다. 이후에도 전화를 그냥 끊어서는 안 된다. 119종합상황실의 안내를 받으면서 차분하고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하면서 구급차를 기다린다. 특히 심장정지 환자의 경우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소생 확률이 있는 만큼 반드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응급처치 하는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구급차가 올만한 곳까지 나가서 안내를 해주면 도착이 더욱 빨라진다. 구급차 도착전에 ▲신분증(여권), 의료보험증, 진찰권 ▲돈(신용카드) ▲신발 등 생필품 ▲평소 복용 중인 약 ▲신생아인 경우 우유ㆍ기저귀ㆍ모자보건수첩 등을 미리 준비한다. 집안 문단속, 전기ㆍ가스불 끄기 등도 미리 해놓으면 좋다.
구급대원이 도착하면 사고나 환자 상태가 나빠진 상황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응급처치 내용 평소 지병, 병원 정보ㆍ복용 중인 약 등을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된다. 소방청은 이같은 구급신고 요령 등 상식에 대해 안내문을 제작해 카드 뉴스, 팸플릿 등으로 제작해 홈페이지ㆍ페이스북을 통해 홍보해 갈 계획이다.
조종묵 소방청장은 "119 구급서비스 이용 상식을 널리 홍보해 위급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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