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SK테크엑스, IoT 통신망 활용
IT업체서 기상예보사 영입…빅데이터 분석
수도권은 기상청보다 5배 촘촘한 센서 구축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일기예보를 보고 나들이를 계획했다가 갑자기 쏟아진 비에 낭패를 본 경험. 폭우 속에 길 건너편의 햇볕이 쨍쨍한 풍경으로 생경함을 느낀 경우.
최근 들어 예측하기 힘든 기상 상황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에 예보가 좀 더 세밀하고 정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SK텔레콤과 자회사 SK테크엑스가 선보인 기상분석ㆍ예측 기술이 그런 바람을 해소해줄 대안으로 떠올랐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보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졌다.
특히 SK텔레콤이 설치해놓은 촘촘한 기지국의 기온ㆍ습도ㆍ기압ㆍ풍향풍속ㆍ강수량을 측정하는 센서에서 핵심 데이터가 생산된다. 2013년 8월부터 설치하기 시작한 관측 센서는 현재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에서 1089개에 달한다.
특히 기상청보다 조밀하게 설치한 관측 센서를 통해 정밀하게 지역별 기상예측이 가능해졌다. 기상청은 서울에서는 5㎞, 지방에서는 10~15㎞ 안팎의 거리마다 관측센서를 설치해놨다.
이에 비해 SK테크엑스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각각 1ㆍ3㎞마다 관측센서를 부착했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는 시대에 적합한 기상관측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수백억원대의 슈퍼컴퓨터와 노하우를 축적한 예보관을 갖추고 있는데도 자꾸만 엇나가는 '관급' 기상예측을 보완해준다.
이 시스템은 지방자치단체나 학계 등에 제공돼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SK테크엑스는 SK텔레콤이 구축한 IoT 통신망 '로라(Lora)'를 활용해 통신 비용을 아꼈다. 기존에는 센서마다 롱텀에볼루션(LTE) 장비를 장착해 센서별 데이터 사용료가 1만원 이상이었다. 로라 네트워크는 저전력이면서도 장거리 통신이 가능하고 최소한의 데이터만을 전송해 통신 비용이 수백원 수준에 불과하다.
SK테크엑스는 산출한 기후 빅데이터를 다양한 영역에 접목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한양대산학협력단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지역에 SK테크엑스의 관측 센서를 설치하고 도시 열섬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홍익대 유동인구 밀집 지역, 이면도로 지역, 상업시설 지역, 경의선 숲길 지역 등으로 지역을 나눠 도시 녹화 상태, 바람 길 조성 상태 등에 따른 기온 변화를 연구한다.
가전업체 위닉스는 SK테크엑스의 기상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습기 등 계절 가전의 판매량을 예측하기도 했다. 향후엔 날씨정보와 식물 생육정보를 융합해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 등을 꾀하는 '스마트팜'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K테크엑스는 지난 2011년 기상 분석에 대해 관심을 가진 후 투자를 해왔다. 그해 7월 서울 강남 일대에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우면산 일대 산사태를 불러 1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보다 일찍 국지성 호우를 예상했다면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는 뒤늦은 지적이 나온 터였다.
당시 SK플래닛이던 이 회사에는 마침 우리나라 1호 기상예보사인 명광민 SK테크엑스 IoT환경센서 사업팀 매니저가 합류했다.
명 매니저는 "공공분야에서는 최대한의 전파를 사용하더라도 국지성 이상기후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면 민간 기업에서는 IT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융합하고 기존 서비스를 통해 전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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