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세법개정안' 발표…시중은행 中 판매액 압도적으로 많은 KB국민은행, 정작 수익률 '최하위'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중도 인출 비상에 걸렸다.
정부가 2일 '2017년 세법개정안'에 ISA 원금에 한해 중도 인출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한다고 발표하면서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은행권에서 자금 이탈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시중은행들이 직접 모델포트폴리오(MP)를 구성해 투자를 담당하는 '일임형 ISA'의 경우 수익률이 저조해 고객을 잡아두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고ㆍ중ㆍ저위험 MP 출시 이후 누적 평균 수익률이 3.33%에 그쳐 시중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이 5.21%로 '수익률 1위'에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이 4.42%의 수익률로 2위에 올랐다. 이어 우리은행 4.21%, KEB하나은행 4.03% 등 순이다.
은행권은 기존 거래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친 덕분에 일임형ISA 유치 자금 규모가 적지 않다. 상반기 기준 KB국민은행이 1조3540억원으로 판매액이 가장 많고 이어 우리은행 5782억원, 신한은행 4400억원, KEB하나은행 4391억원, IBK기업은행 1189억원, NH농협은행은 614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리테일 강자'로 불리는 KB국민은행이 유치자금 덩치로는 압도한 반면 수익률 성적표는 가장 낮았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상반기 경쟁적으로 출시한 일임형 ISA는 운용기간 만 1년을 넘겨 각 회사별 역량 비교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이전에는 ISA 수익률이 낮아도 과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무 가입기간 5년(서민형 ISA의 경우 3년)' 조건에 따라 꼼짝없이 자금을 묶어둬야 했다.
하지만 중도 인출이 가능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얼마든지 자금을 뺄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금융회사별 일임형 ISA 누적 평균수익률 현황'에 따르면 11.03%의 수익률로 1위를 차지한 NH투자증권을 비롯해 상위 10위권을 증권사들이 싹쓸이했다. 반면 경쟁적으로 일임형ISA 상품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던 은행권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익률이 낮아 이미 ISA 해지요청 고객이 늘고 있다"며 "중도 인출까지 가능해지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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