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총액 줄겠지만…금리인상 여력 있어 실적감소 우려 없어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정현진 기자]서울 강남구 개포동 A은행 가계대출 담당자들은 2일 오후 쇄도하는 고객들의 대출 문의에 대응하느라 곤욕을 치뤘다. 이날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를 전후로 인근에 위치한 재건축 주공아파트 4단지 입주 예정자들의 잔금 대출 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한 입주 예정자는 A은행 대출 담당자에게 "다음달에 입주를 해야하는 데, 정부의 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로 잔금 대출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며 "빨리 대출을 당겨서 받을 수 있나"라고 물었다는 것.
정부의 '8ㆍ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중은행들이 비상에 걸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전날 오후 시중은행의 서울, 수도권, 세종시 등의 지점 대출 담당자들은 퇴근을 미루고 고객에 대응하느라 분주했다.
오후 6시가 지나서야 본점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공문이 지점으로 내려온 데다, 당장 3일부터 시행되는 내용도 있어 고객들에게 급하게 안내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실제 3일 부터 강남, 서초 등 서울 11개구와 세종시 등 투기지역의 경우 LTVㆍDTI 40% 규제가 즉시 적용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시 퇴근을 포기하고 미리 상담 또는 계약한 고객들에게 변경사항을 반영해 전화 안내를 했다"면서 "미리 알리지 않으면 쏟아지는 민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의 문의는 LTV와 DTI 규제 강화로 대출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재건축 수요가 집중된 서울 강남 도곡, 개포 등의 시중은행 지점에는 이사를 앞둔 입주예정자들의 잔금 대출 문의가 쇄도했다. 강남 역삼, 압구정 등 다른 지역 지점에는 2주택 이상 보유한 '투자형' 고객들 문의가 이어졌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2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강남ㆍ송파 등 재건축 이슈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 세부 내용에 관한 상담이 많았다"며 "현장에서 혼란을 겪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총액이 줄겠지만 실적 감소 등의 우려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기인데다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눈치보지 않고 금리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B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기에는 대출로 나가는 총액이 적어져도 손익율이 좋아지니까 거기서 보전되는 것이 있다"며"과거에는 대출이 10조원 정도가 나갈 경우 6조~7조는 상환이 되거나 다른 은행 대출로 갈아탔었다면 지금은 금리상승기라 갈아타기도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로 인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수요자만 줄어든 대출금에다 고금리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활용할 수 있는 대출 총량이 줄어들면서 금리를 더 올려서라도 잇속을 챙길 것"이라며 "당장 내집 마련이 필요한 수요자들만 더 힘들어 질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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