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오리온 2분기 중국법인 적자액 100억 이상
상반기 중국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중단 등 생산량 조절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돼 하반기부터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악재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유통업계가 여전한 '사드 후폭풍'에 시름시름 앓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을 내린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 정부가 요청한 사드 보복 조치 철회를 거부하면서 사드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가장 활발히 사업을 펼쳤던 국내 대표 제과기업 오리온은 중국 사업의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 여파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리온의 중국법인은 2분기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3771억원과 115억원으로 각각 작년 동기보다 23.8%, 59.4%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법인의 2분기 매출은 138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9.1% 줄고 영업손익은 125억원의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박 연구원은 "사드 이슈 이후 영업활동 차질과 반품 지속, 매출 감소로 인한 고정비 부담 등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오리온 중국법인 2분기 매출액이 1629억원으로 전년대비 40% 감소하고 영업적자는 117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다만 매출 감소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여파로 지난 3월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70% 급감했지만 4, 5월은 각각 65%, 40%로 매출 감소폭이 축소됐다"며 "6월에는 감소폭이 20%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는 생산 중단에 따른 것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주요 제품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4월 중국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가동 조정에 들어갔다. 오리온의 중국 공장은 베이징(2개), 상하이, 광저우, 선양 등 다섯 곳에 흩어져 있다. 당시 오리온 측은 "중국 내 마케팅 전략을 재정비하는 등 현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가는 자칫 오리온의 올해 매출액이 2조원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사업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매출 회복을 하지 못하면 전체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오리온 측은 중국 매출이 과거 대비 80% 수준까지 회복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오리온을 비롯한 유통업계 사드 보복에 따른 매출 감소는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이상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긴 어려워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 돼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중국과 사드 배치에 따른 외교갈등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랄뿐이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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