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001년 이후 최악의 가뭄…이모작 작물 수확량 30%↓
ICBM 발사 등 국제사회 제재 강화로 식량 수급도 제동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북한이 16년만에 발생한 최악의 가뭄으로 심각한 식량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1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면서 농작물 생산에 큰 여러움을 겪고 있다.
올해 4~6월 북한 지역의 강수량이 과거 평균에 훨씬 못 미치면서 쌀은 물론 옥수수, 감자, 대두 등 주요 작물이 말라죽었다. 밀과 보리, 감자 등 이모작 작물도 수확이 좋지 못한 상태다.
FAO는 올해 이모작 작물 수확량이 올해 31만t에 그쳐 작년(41만t)보다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들어 가뭄을 어느정도 해갈할 비가 내렸지만 파종 시기를 놓친 탓에 오는 10월과 11월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번 가뭄으로 북한 전체 농작물 생산량의 3분의2를 차지하는 평안남·북도와 평안북도 남포시, 황해남·북도 지방이 큰 영향을 받았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내년까지 북한의 식량 수급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FAO는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선 최소 석 달에 걸친 식량 수입이 필요하지만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는 시점이어서 해외 원조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FAO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이 최근 몇 년새 급감하는 추세였다고 전했다.
BBC방송은 북한이 최근 홍수로 인해 농산물 생산에 타격을 받은 데다 비효율적인 식량 생산 방식이 더해져 식량난과 영양실조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북한 주민이 영양 실조로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 등 취약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0년대에도 심각한 식량난에 빠져 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기구(WFP)는 1996~1998년 당시 북한 인구의 3분의1에 해당하는 750만명에게 식량 원조를 제공했다. 당시 유엔 실태조사에서 북한 1~2세 유아들이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는 것으로 확인됐고 일부 주민들은 나뭇잎과 나무껍질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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