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공정위 조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9월까지 신뢰제고 추진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조만간 공정위의 과거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 여러분께 솔직하게 고백을 하고 사과드리는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바닥으로 떨어진 공정위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재벌개혁·갑질 근절 등 ‘시장감시자’로서의 권한을 본격화해나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신뢰개선 추진방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정위 조직을 혁신하고, 국민신뢰를 높이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야만 공정위에 쏟아지는 기대와 요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철저하게 밑에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그 과정을 전부 내외부에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신뢰제고 프로세스를 추진하게 된다. 심판관리관, 감사담당관, 노조 등 내부 구성원으로 이뤄진 TF를 2개월간 운영하고, 조사절차 규칙·사건절차 규칙·공무원 행동강령 등을 개정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은 모두 TF에서 제외된다.
또한 조사편제를 팀제로 운영함으로써 조사에 대한 절차적 통제와 효율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하나의 조사관이 한 기업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팀 단위로 운영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내부 자정에 나선 것은 관료주의의 적폐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재벌개혁(일자리 창출), 을의 눈물(공정경쟁)과 함께 내부 자정(신뢰 회복)을 키워드로 내걸었다. 또 직원들에게 로펌 등으로 자리를 옮긴 이른바 ‘OB’와의 만남을 자제할 것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공정위는 앞서 국정농단 주요 이슈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인수 합병과정에서 삼성의 민원처리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거대재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감독기관으로서의 신뢰도가 땅 밑으로 추락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전에 있었던 일이라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저의 책임"이라며 "과거의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혁신의 의지를 밝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공정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김앤장·광장·세종·태평양·화우 등 5대 대형로펌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정거래팀 구성원의 이력을 살펴보면 공정위 소속이 무려 52명으로 14.1%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무려 11명가량이 기업이나 로펌의 자문·이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감독하던 인사들이 이른바 기업의 로비스트로 변신하고, 과거 사법기관의 전관예우 풍토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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