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북한의 기습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는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번 시험 발사는 북한이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ICBM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인내는 끝났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독자제재를 포함한 초강경 대북 압박의 칼을 뽑아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일제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려 한 미국 정부의 시도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다양한 대북 압박 정책을 시도한 트럼프 정부 역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로 궁지에 몰린 셈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 독립기념일 휴일임에도 외교ㆍ안보 장관들이 대거 참석한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북한 발사체의 성격 및 의미 규정과 함께 이에 상응하는 모든 대응 시나리오가 검토됐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진다.
백악관 대책회의 이후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핵탄두를 보유한 북한이 ICBM 개발에도 성큼 다가섰음을 인정한 것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틸러슨 장관이 성명을 통해 예고했듯이 미국은 국제 사회의 강력한 대북 공조에 일단 힘을 실을 전망이다. 당장 5일 개최되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추가 대북 제재 결의와 함께 이에 대한 이행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특히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요구해온 중국과 러시아를 집중 겨냥할 전망이다. 미국은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강력한 추가 제재를 요구해온 만큼 이에 대한 중국의 결단도 촉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와 함께 미국이 중국 및 러시아 기업과 개인 등을 겨냥한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추진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노력에 실망감을 표현하며 독자제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해왔다.
군사적 압박 카드도 부상할 수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대북 군사적 옵션을 포함해 모든 선택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항공모함을 포함한 미군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진배치 등이 다시 검토되는 분위기다.
다만 한반도 내 전면전과 대량 인명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 선제타격론에 대해선 회의론이 강하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와 관련, "선제타격론은 현 상황에선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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