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레이팅, '빌쇼크' 예방책
요금제 다운그레이드 유인효과
SK텔레콤 "이용자 부담 경감"
포켓몬GO 데이터 무료 연장
국정위 "제로레이팅 검토 대상"
미래부도 가이드라인 마련 나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이 발표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 보편요금제의 출시 등을 놓고는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통제"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통신비 인하의 또다른 방안으로 '제로레이팅'이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SK텔레콤은 "7월부터 '포켓몬고(GO)' 이용자 혜택을 한층 강화한다. 이용자의 데이터 부담 경감 차원에서, 나이언틱과 협의해 6월말까지 3개월 간 제공했던 게임 이용 데이터 무료 혜택을 9월말까지 3개월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포켓몬고 제로레이팅, 월7000원 요금절감 효과
SK텔레콤은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이란, 이용자가 아닌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와 제휴해 데이터 이용료를 부담하는 것이다.
포켓몬고 게임은 AR기술과 화려한 그래픽 때문에 많은 데이터를 소모한다. 그러나 데이터 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포켓몬고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면서 사용하는 평균 데이터량은 250MB가량이다. SK텔레콤도 250MB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를 요금으로 따지면 약 6~7000원 정도 절약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점을 들어,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은 제로레이팅을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제로레이팅 관련 정책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국정기획자문회는 지난 22일 "통신비 인하 대책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논의기구'에서 제로레이팅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통업계 역시 제로레이팅 활성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통사 매출이 수년 째 정체된 상황 속에서 콘텐츠 사업자에게 별도의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포켓몬고 개발사 나이언틱의 6월 이용자 분석에 따르면, 최근 게임 업데이트 이후 하루 평균 약 70~80만명의 이용자가 오프라인 T월드 매장 근처를 방문해서 게임 속 T월드 '포켓스톱', '체육관'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용자들은 SNS상에서 수백 개의 '포켓몬고'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T월드로 포켓몬을 잡으러 가는 모임을 만들고 있다. 또한, 이용자가 '포켓스톱'을 클릭하면 나타나는 SK텔레콤 5G 브랜드 로고는 월 평균 약 2400만 번 노출되고 있다.
◆빌쇼크 막는 제로레이팅…요금제 다운그레이드 유인효과
제로레이팅은 '빌쇼크', 이른바 요금폭탄을 예방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데이터 사용료에 대한 큰 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동영상시청, 음악스트리밍을 즐기다가 의도치 않게 과도한 요금이 청구되는 악몽을 꾼다. 자신이 평소 쓰는 데이터이용량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가요금제를 쓰는 이용자가 많은 것은 그래서다.
제로레이팅에는 특정 데이터 비용을 무료로하는 것도 있지만, 일정 비용만 내고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도 있다. 음악 스트리밍만을 즐기는 이용자의 경우 음악 관련 제로레이팅 서비스에 가입해 일정액만 지급하고 무제한 스트리밍을 즐길 수도 있다. 이처럼 특정 데이터만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하고 특정 제로레이팅에 가입함으로써 효율성 높은 맞춤형 요금제를 구성할 수 있다. 통신사 역시 콘텐츠 업체와 이용자 유입 효과를 함께 누린다.
◆제로레이팅 최대장벽, '망중립성'
제로레이팅은 '망 중립성'이라는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통사와 제휴가 가능한 대형 콘텐츠 사업자만 제로레이팅을 제공할 수 있고, 그 경우 중소 콘텐츠사업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SK텔레콤은 자사 고객에게 11번가를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 비용을 무료로 제공한다. KT도 지난 3월부터 KT고객이 'KT내비'를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소규모 온라인쇼핑몰이나 중소 내비업체는 제로레이팅을 도입해 데이터 비용을 전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로레이팅이 망중립성과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통신업계의 관계자는 "결국 최종소비자가 데이터를 무료로 이용하게 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게 되는 것은 명백하다. 최종소비자의 통신비 절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제로레이팅은 콘텐츠사업자와 이통사간 시장에서의 협약으로 이뤄진다. 시장 자율에 맡기면 소비자들이 데이터 요금 걱정 없이 다양항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 제도가 활성화 되면 다양한 마케팅과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져 소비자 혜택도 크게 늘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제로레이팅 관련 정지작업에 새롭게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이용자 권익과 시장 경쟁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제로레이팅 서비스의 사전·사후 규제 근거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종안은 내년 초쯤 나올 예정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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