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스태드 신임 주중 美대사, 류샤오보 치료 지원 언급
日 아사히 "중국 정부 류샤오보 출국 관련 유럽 국가와 접촉"
인신매매 보고서 등 中 인권문제 집중 거론되며 트럼프-시진핑 '허니문' 위기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 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61)의 거취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신임 주중 미국대사가 그의 치료를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테리 브랜스태드 신임 주중 미국대사는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류샤오보와 그의 아내를 위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있다"면서 "미국은 류샤오보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가 해외에서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브랜스태드 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 정부가 류샤오보의 치료를 위해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브랜스태드 대사는 "중요한 것은 미·중 양국이 협력해 이 인권문제에 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앞서 주중 미 대사관은 중국 당국에 류사오보의 완전 석방과 그의 부인 류샤(劉霞·55)에 대한 가택연금 해제를 요구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인연이 깊은 브랜스태드 대사가 류샤오보 부부의 일을 계기로 첫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허니문' 기조가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최근 들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중국의 접근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날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지정한 상황이어서 류샤오보의 거취가 양국 외교 갈등의 또 다른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를 완전 석방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어떤 국가든지 중국의 사법독립과 주권을 존중해야 하며 개별사안을 이용해 내정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치료를 위해 유럽의 한 국가와 출국 관련 협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류샤오보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해외 이주를 거부해 왔지만 최근 부인의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출국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류샤오보는 2008년 공산당 일당체제의 종식을 요구한 '08 헌장' 서명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이듬해 국가전복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고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으면서 8년6개월만에 가석방됐다. 부인 류샤는 2011년부터 가택연금된 상태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샤오보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될 때까지 중국 정부가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내달 열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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