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료 비싸고 절차 까다로워"
필수설비까지 개방 확대 관심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KT가 와이파이 접속장치(AP)를 오는 8월부터 타사 고객에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한 후 KT가 보유한 전주, 관로, 광케이블 등 필수설비의 개방 여부로 관심이 모아진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6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KT는 초고속 인터넷 기준 가입자 점유율 47.7%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KT는 '필수설비 의무 임대 사업자'로 지정돼 있다.
필수설비 의무 임대 제도는 전주나 관로, 광케이블, 동케이블 등 통신 설비를 선발 사업자가 후발 사업자에게 유료로 임대해주도록 한 것이다. 더이상 설비를 새로 구축할 수 없을 정도로 과밀 개발된 도심이나 수익성 및 지리적 한계 때문에 설비를 별도로 구축하기 어려운 때 활용된다. 지난 2009년 KT와 KTF 합병 당시 정부는 인가조건으로 필수설비 임대 제도를 개선, 지금까지 운용 중이다.
하지만 후발 사업자들은 필수설비 임대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용료가 비싸고 임대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에서다. 지역에 따라서는 KT 인터넷에만 가입이 가능해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A사 관계자는 "KT의 설비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임대를 요청했는데 1주일 후에나 연락을 받았다"며 "당장 가입하려는 고객이 결국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도 지난 3월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필수설비 임대제가 있지만 실제로 물리적으로 안 되는 부분이 많고, 또 대가가 매출의 약 25%로 비싸서 쓰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우리의 상가 지역의 커버리지는 30% 수준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보니 초고속 인터넷 상품가격이 20% 가량 비싸다고 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KT의 와이파이 AP 개방이 필수설비로 확산될 경우 정부가 도입한 의무 임대 사업자 제도의 취지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와이파이 AP 서비스의 근간이 KT가 한국통신 때부터 구축한 유선망 즉, 필수설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통신3사가 경쟁적으로 5G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KT의 필수설비 임대는 더욱 중요한 위치로 부각되는 처지다. 5G는 고주파수 대역으로 더 촘촘하게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4G가 대동맥이라면 5G는 모세혈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새롭게 땅을 파서 관련 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사업자 간 5G 중복투자 방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업계간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와이파이 개방에 나서며 가계 통신비 인하에 동참했으나 필수설비를 개방하는 부분 때문에 다소 결정이 늦어졌다는 후문이 있다"며 "정부에서도 5G 중복투자 방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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