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이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과 다르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내 대북관여정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상당히 비슷하다"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적절한 조건이 충족되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개성공단 재개 등을 포함해 북한을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또 "만약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북한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가 미국과 UN의 제재를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위반하지 않는다"며 "한미 양국이 궁극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 핵 개발 계획을 해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체제를 보장하기 위해 핵 실험을 강행하고 있지만, 핵 보유가 체제 보장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차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2단계 접근법을 논의할 수 있다"며 "하나는 동결, 두 번째는 핵 계획의 완전한 해체"라고 설명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게 배치를 연기하거나 결정을 바꾸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배치 결정은 전 정부에 의해 됐지만 나는 그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일문일답.
-대선 기간동안 평양으로 가 김정은을 만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좋은 생각이라고 보나.
▲조건이 맞는다면 여전히 좋은 생각이라고 믿는다.
-어떤 조건들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적절한 조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에 기꺼이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미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있다. 한국이 이 과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 남한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시기에 남북관계가 더욱 평화로워졌고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덜했다.
-개성공단 재개도 논의했는데.
▲내가 말한 것(관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최대 압박과 관여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상황이 옳다면 관여 전략은 발생할 수 있다.
-북한에 최대 압력을 가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고 싶나
▲그렇다.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한 추가로 강한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와 협상테이블에 앉기로 결정한다면 기꺼이 그들을 도와 줄 것임을 북한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무슨 뜻인가요
▲개성공단 재개와 같은 걸 말한다.
-미국과 UN 제재안을 위반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북한의 핵 계획 폐기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북한은 다섯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는데, 김정은은 비핵화 할 수 있나.
▲김정은 위원장은 핵 미사일 능력을 개발하면 안보를 보장하고 자신의 체제를 보장 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대신 핵 프로그램 포기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북한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발전할 수 있는 올바른 길임을 알리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북한은 계속해서 핵 기술을 발전시키고 곧 무기화에 나설 것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도 계속 진전 중. 차기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2단계 접근법(동결-완전한 해체)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무엇을 기대하나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공통의 목표를 향해 일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의 우정과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양국의 협력이 강하고, 계속해서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미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완전히 배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좌절감을 느낀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할 것인지 분명히 물어볼텐데.
▲배치 결정은 전 정부에 의해 됐지만 그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게 배치를 연기하거나 결정을 바꾸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되기 전 유명한 인권 변호사였다. 오토 웜비어에 대해 미국은 분개하고 있는데, 북한의 전반적 인권 상황에 대한 생각은
▲북한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불만스럽다. 웜비어씨가 혼수상태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측이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를 즉시 가족에게 알리고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이 사실을 숨기려 했고 매우 잔인한 행동이다. 웜비어씨 가족과 미국인들에게 깊은 애도의 말을 전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OPCON) 환수 문제에 대한 생각은
▲주권국가로서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우리 군에 대한 작전권을 환수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이미 조건이 맞으면 우리가 전작권을 환수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미국은 오랫동안 (한미) 연합사령부 시스템을 유지해 왔고, 전작권을 환수하더라도 이 연합사령부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우리 양국은 지속해서 연합안보 체계를 갖고, 미국은 그들의 역할을 지속해서 할 것이다.
-김정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불합리한 지도자이고 매우 위험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북한을 효과적으로 통제 할 수 있는 사람이며 북한을 비핵화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갑자기 중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는 무기가 없다면 정권도 없다고 생각할 것 같다.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을 없애는 데 가장 큰 위협에 직면 한 것은 대한민국이다. 미국에겐 위협이지만 우리에겐 삶과 죽음의 문제다. 김정은은 매우 불합리한 지도자이며 핵무기와 미사일 무기로 자신과 북한 체제를 보호할 것이라는 확고하고 불합리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제재, 압력, 대화) 등을 계속 활용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비핵화를 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재와 압력에 이어 '대화'를 추가해야 한다. 안보리가 북한 도발 때마다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대화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설정돼 있지 않다.
-당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나
▲한국과 북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는 평행선상서 가능. 한국과 미국이 각각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족방문(이산가족)부터 시작되는지, 새로운 종류의 햇볕정책과 같은?
▲인도주의적 지원과 교류는 북한의 제재 체제 하에서조차도 여전히 허용된다. 따라서 제재와 압박과 병행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채택해야 한다. 이산 가족 회의도 인권 보장을 위한 조치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북한에 돈이나 환금을 보내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일본과의 2015년 위안부 합의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재협상하겠다는 것인가.
▲전 정부에서 이뤄진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는 한국인들, 특히 특히 피해자들에 의해 수용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그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고 (정부의) 공식 사과를 하는 것이다. 다만 이 한 가지 문제로 인해 한일 양국 관계의 진전이 막혀서는 안 된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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