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강남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양극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일단 아파트값부터 비교 불가다.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전용 198㎡의 실거래가는 34억원을 넘었고 입주하진 1년이 채 되지 않은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98㎡도 분양가보다 6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2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6대 광역시(부산ㆍ대구ㆍ인천ㆍ광주ㆍ대전ㆍ울산)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억1300만원(KB국민은행 5월말 기준)에 그치고 있다. 이 역시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6년 이상 모아야 살 수 있는 값이지만 강남 아파트와 비교하긴 살짝 민망하다.
집값 상승률도 터무니없이 비정상적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대표로 꼽히는 개포주공1단지 전용 41.98㎡의 경우 지난해 5월말 9억20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올 5월말 매매가는 11억45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1년 새 24% 넘게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 가격은 0.02%(한국감정원 기준)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강남 아파트는 대한민국 사회의 '공적(公敵)'이 되고 있다.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역대 정부는 강남을 부동산 투기의 압축판으로, 기필코 집값을 잡아야 하는 곳으로 여기며 부동산 대책을 펼쳤다.
그런데도 강남 아파트값은 잡히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의 주택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지난 20년간 강남 집값이 135.37% 오르는 동안 6대 광역시 집값은 절반 수준인 70.41%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신설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 강남을 타깃으로 한 30여 건의 초강력 규제책을 내놓은 참여정부는 집권 기간 강남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정부였다. 참여정부 시절 강남 집값 상승률은 51%가 넘었다. 이는 같은 기간 6대 광역시 집값 상승률 10.7%의 5배 가까운 상승률이다. '강남필패'를 목표로 했던 부동산 규제책이 아이러니하게 '강남불패'를 더욱 굳건히 만든 셈이었다.
사실 강남 아파트값을 잡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데 있다.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칙에 맞게 공급을 늘리면 된다. 참여정부 시절 초강력 규제에도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원인 중 하나도 공급량 부족에 있었다. 최근 강남 아파트값의 급등세도 공급부족이 일부 원인이 되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사업승인 이후 관리처분을 받았거나 이를 앞둔 재건축ㆍ재개발 단지 4만8921가구 중 42%에 육박하는 2만462가구가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 몰려 있다.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공급여건엔 악재로 작용한다. 재건축 이익초과금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강남 재건축 시장의 단기 위축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서울 특히 강남에 집을 지을 새 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다.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역대 정부처럼 투기과열지구 지정, 대출규제, 분양권 전매금지 등의 대책만으로 강남 집값 잡기에 나서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 아파트값은 학군, 주변 환경, 지하철 인접 거리, 조망권 등이 정교하게 반영돼 결정된다. 특히 강남 아파트값엔 교육과 주변 인프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공급 확대를 위한 현실적 방안의 고민과 함께 비강남의 인프라와 교육환경을 강남처럼 개선해 '강남 프리미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와 같은 도돌이표 규제로만 접근한다면 강남 집값은 영원한 난제가 될 수 있다. 무리하게 시장을 억누르는 규제는 단기효과에 그칠 뿐 몇년 뒤 집값을 더 뛰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지난 20년간 수없이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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